역시 ‘아줌마의 힘’은 국적을 떠나 강했다.
북한과 일본의 유도영웅 계순희(28)와 다니 료코(32)가 전세계 유도축제에서 ‘아줌마의 위력’을 떨쳤다.
17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폐막한 세계선수권대회. “아이를 키우느라 바쁘지만 유도와 멀어진 적이 없다”던 다니는 여자 48㎏ 이하급 결승에서 쿠바의 강호 하넷 베르모이를 꺾었다. 세계선수권 7회 우승. 지난해 결혼한 계순희도 전날 57㎏ 이하급에서 우승해 세계선수권 4회 연속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유능제강(柔能制剛)’
다니의 옛이름은 다무라 료코. 2003년 프로야구 선수 다니 요시모토(요미우리)와 결혼해 성이 다무라에서 다니로 바뀌었다. 2005년 임신과 출산을 이유로 세계선수권 7연패 도전을 포기했던 다니는 재기에 성공했다.
세계유도계를 호령하던 처녀 때와 달리 상대를 압도하는 힘은 확실히 줄었다. 하지만 상대 힘을 역이용하는 유도의 본질을 꿰뚫은 덕분에 상대를 손쉽게 메쳤다.
계순희도 마찬가지. 북한의 유도 지도자 김철씨와 결혼한 계순희는 예전에 보여준 역발산의 기세는 물론 정교하면서도 세밀한 기술까지 선보였다. 힘과 기술, 여기에 경험까지 갖추니 천하무적이었다.
아줌마들의 악연
다니는 16세이던 91년 일본선수권에서 우승한 뒤 국제대회 84연승을 달렸다. 이듬해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다니는 93년과 95년 세계선수권까지 제패하면서 최강자가 됐다. 승승장구하던 다니는 애틀랜타올림픽(96년)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17세 소녀 계순희에게 금메달을 뺏겼다. 다니의 유도 인생에 있어 유일한 흠이다.
그러나 계순희가 체급을 48㎏에서 52㎏을 거쳐 57㎏으로 변경하면서 더 이상의 맞대결은 없었다. 세월이 흘러 각각 57㎏급과 48㎏급 최강자로 재기한 계순희와 다니는 이제 2008베이징올림픽을 향해 뛴다. 다니는 시드니(2000년), 아테네(2004년)에 이어 베이징에서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고, 계순희는 생애 두 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노린다.
세계유도계에 바야흐로 아줌마 전성시대가 열렸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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