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껄끄러운 상대는 이해찬
한나라당 의원들이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예비후보 중 가장 껄끄러운 상대로 이해찬 전 총리를 가장 많이 꼽은 것은 다소 의외다. 이 전 총리는 지금까지 경선에서 3위에 머물고 있고, 일반 국민 지지율도 가장 낮기 때문이다. 물론 거기엔 나름의 분석이 있다.
설문에 응답한 110명 중 '신당 예비후보 가운데 이명박 후보와 맞붙을 경우 가장 까다로운 상대는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 전 총리라고 답한 사람은 44명이었다. 손 전 지사(31명)가 두번째, 정 전 의장(10명)은 세번째였다. 기타ㆍ모름이 16명, '아예 까다로운 상대가 없다'는 대답도 9명이었다.
이 전 총리를 까다로운 상대로 보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의원들은 매우 다양한 답을 내놓았다.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충청권 출신이라는 것과 노무현 대통령의 직접 지원을 받는 친노(親盧) 후보라는 점이었다.
이 전 총리가 범 여권 후보가 될 경우 이른바 '동서벨트'(호남+충청권 vs 영남) 대결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전 총리가 호남 및 충청권을 결집해 낼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노 대통령이 아무리 인기가 없어도 '살아있는 권력'이 적극 도와주는 힘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도 들었다. 수도권 한 초선 의원은 "이 전 총리가 후보가 되면 노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지를 동시에 받을 수 있어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리가 상당히 논리적, 공격적이며 토론에 강하다는 점도 거론됐다. 총리 경험을 통해 국정 수행 능력을 쌓았다는 것도 무시 못할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손 전 지사를 꼽은 의원들은 손 전 지사가 이 후보와 지지 층이 겹치고 이념적 정체성도 비슷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 후보와 손 전 지사가 수도권, 30~40대 화이트칼라로 주요 지지기반을 공유하고 있어 경우에 따라 이 후보가 지지 층을 빼앗길 수 있다는 논리다.
아울러 다른 범 여권 주자와 달리 중도 보수성향 이미지를 갖고 있는 점도 이 후보와 비슷해 상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손 전 지사가 노무현 정권의 색채가 적다는 점도 주요 이유로 거론됐다. 한 수도권 재선의원은 "손 전 지사는 '무능 정권을 심판하자'는 구호에서 자유롭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손 전 지사가 경기지사 경력을 통해 경제지도자 이미지를 이 후보와 마찬가지로 갖고 있고, 도덕성 면에서는 이 후보보다 우위에 설 것이라는 점도 이유로 지적됐다.
정 전 의장은 호남 출신으로 호남 결집에 가장 효과적인 인물이라는 점이 강점으로 거론됐다. 범 여권의 적자로서 득표 기반이 탄탄하다는 점도 제시됐다.
"전통적인 의미의 여야간 대결구도 복원에 적합하다", "범 여권 후보 중 단점이 가장 적다"는 대답도 있었다. 하지만 정 전 의장이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내는 등 참여정부 이미지가 강한 탓인지 경선 1위를 달리는 만큼의 위협적 존재로 인식되지는 않았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 공천권 행사에 '뒤끝' 있을까
한나라당 경선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했던 의원들의 절반 정도는 이명박 후보가 집권하면 차기 총선 공천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할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 후보를 지지했던 의원들은 거의 대부분 이 후보가 공천권을 공정하게 행사할 것이라고 보고 있어 양측간 온도차를 실감케 했다.
'이명박 후보가 집권하면 박 전 대표측 인사들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고 공천권을 공정하게 행사할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그럴 것이라고 답한 의원은 86명으로 아니라는 응답(22명)보다 4배 가량 많았다.
하지만 친이와 친박 인사들로 구분해서 분석하면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먼저 친이 의원들은 부정적 답변을 한 사람이 2명에 불과한 반면 나머지 57명은 모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긍정적 답변 중에도 '매우 그렇다'는 답변이 절반에 가까운 26명이나 됐다. 실제로 이 후보측 의원들은 연고와 의리보다 '실적'을 중시하는 이명박식 리더십이 공천권 행사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며 자신들도 안심할 수 없다고 믿는 분위기다.
앞서 친이 인사인 이방호 사무총장은 "여론조사를 통해 대선 후보 지지율과 실제 대선 득표율 등 대선기여도를 내년 총선 공천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친박 의원은 긍정적 답변이 19명, 부정적 답변이 17명으로 절반씩 갈렸다. 또 '매우 그렇지 않다'는 답변도 4명이었다. "패자도 껴안고 가겠다"는 말은 승자의 립서비스에 지나지 않는다는 시각이 만만치 않은 셈이다.
최근 시도당위원장 자리를 놓고 벌어지는 양측의 대립도 내년 총선 공천 지분을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박 전 대표측의 불안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김영화기자
■ 한나라당, 경선 상처 봉합했나
경선 이후 한나라당이 화합 했는지 여부에 대한 의원들의 인식은 친 이명박 성향이냐 친 박근혜 성향이냐에 따라 확연히 달랐다. 친이 의원들은 대부분 '화합됐다'는 쪽에 방점을 찍었고, 친박 의원들은 반대로 '화합되지 않았다'는 응답이 대부분이었다.
설문에 응한 110명 가운데 '경선 이후 이 후보측과 박 전 대표측간 화합이 이뤄졌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친이 성향 의원들 59명 중 52명이 '이뤄졌다'고 답했다.
이중 '매우 잘 이뤄졌다'고 한 사람도 11명이나 됐고,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응답은 41명이었다. 반면 친박 성향 의원 38명 중에는 화합이 이뤄졌다고 답한 사람이 9명(매우 1, 어느 정도 8)에 불과했다. 화합이 이뤄졌다는 전체 응답 67명 중 친이가 52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친박은 9명, 중립은 6명에 불과한 것이다.
화합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답은 정반대로 나왔다. 친이 의원들은 7명만 그렇게 답했다. 그러나 친박 의원들은 38명 중 29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쪽에 섰다. 특히 이중 '매우 이뤄지지 않았다'는 응답도 9명에 달했다.
친이 의원들 중엔 화합이 매우 이뤄지지 않았다는 응답은 한명도 없었다. 결국 친이 의원들은 당 화합이 잘 이뤄지고 있다고 보는 반면 친박 의원들은 여전히 당 화합을 위한 조치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셈이다.
중립성향 의원들 13명 중에는 화합이 이뤄졌다(6명)는 쪽보다 이뤄지지 않았다(7명)는 쪽이 1명 더 많았다. 한 중립성향 의원은 "당 화합을 위해서는 승자쪽이 더 포용하고 배려해야 한다"며 "패자쪽도 승자를 인정하는 마음으로 적극 협력할 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 박근혜, 이명박 도울까
한나라당 의원들은 친이(親李)ㆍ친박(親朴) 구분 없이 대부분 경선 패자인 박근혜 전 대표가 본선 경쟁에서 이명박 후보를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사람은 '순망치한'(脣亡齒寒ㆍ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의 관계로 어느 한쪽의 도움 없이는 본선 승리가 어렵다는 데 양측이 의견을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17일 한국일보 전화설문조사에서 '박 전 대표가 이 후보를 대선에서 적극적으로 도울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변한 의원은 105명으로 부정적 답변(5명)을 압도했다. 특히 친이 의원은 물론, 친박 의원 가운데서도 '매우 그렇지 않다'고 답변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양측 의원 대부분은 "경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한다"는 박 전 대표의 선언에 진정성이 담겨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친박 의원 3명과 중립 성향의 의원 2명 등 5명은 '그렇지 않다'고 답변, 아직 남아 있는 감정의 골을 반영하기는 했지만 소수 의견에 머물렀다.
친이 의원들만 살펴보면 설문에 응한 59명 전원이 긍정적 답변을 했다. 특히 '매우 그렇다'는 답변이 23명으로 '그렇다'(36명)는 답변의 3분의 2에 달해 경선 승리 이후 낙관적 분위기를 반영했다. 반면 친박 의원들의 경우 '매우 그렇다'(12명)는 답변은 '그렇다'(23명)는 답변의 절반에 못 미쳤다.
이처럼 경선 캠프별로는 아직 미묘한 온도차가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 후보와 박 전 대표가 7일 경선 이후 첫 회동을 갖고 "정권 교체를 위한 화합"을 다짐했지만 아직 화합의 구체적 방법론은 도출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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