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35)씨의 귀국으로 검찰 수사 속도가 한층 빨라지면서 변양균(58)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신씨 관련 의혹에 연루된 사건 주변 관계자들에 대한 형사 처벌 범위와 수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기삼 전 동국대 총장을 비롯한 학교재단 관계자들의 경우, 신씨를 교수로 채용하는 과정에서 학력위조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가 사법처리 여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홍 전 총장 등이 신씨의 예일대 박사 학위가 가짜라는 점을 미리 알고 있었다면, 자격이 없는 인물을 교수로 채용해 학교에 손해를 끼치는 결과를 낳은 만큼 배임죄로 처벌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학교 관계자들이 신씨의 학력 위조 사실을 몰랐다면, 이들이 설령 변 전 실장으로부터 신씨를 잘 봐달라는 수준의 부탁을 받았다 해도 형사 처벌은 어려울 전망이다. 예일대 박사 출신에 성곡미술관 큐레이터ㆍ학예실장이라는 신씨의 화려한 '가짜' 이력서는 변 전 실장의 청탁이 없었더라도 다른 지원자들과의 경쟁을 뚫기에 객관적으로 부족함이 없기 때문이다.
또 법원 판례가 교수 채용 과정에서 학교의 재량을 비교적 폭 넓게 인정하고 있다는 점도, 검찰이 학교 관계자들의 혐의를 입증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비슷한 이유로 신씨의 광주비엔날레 총감독 선임 과정에 관련된 이들에 대한 형사처벌 역시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감독 선임 시점에서는 이미 신씨가 대학교수라는 직위를 갖고 있었으며, 미술계 내에서도 상당한 경력을 쌓은 상태였기 때문에 선정위 관계자들이 신씨의 학력 위조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 처벌은 힘들 전망이다.
대우건설 사장 시절 성곡미술관에 3억원을 후원한 박세흠 주택공사 사장과 7,000만원을 후원한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 신씨를 미술품 구매 자문위원으로 영입한 김종열 하나은행장 등도 사법처리 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검찰 조사에서 부산고 동기인 변 전 실장으로부터 청탁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기부금의 대가성 여부를 밝혀내지 못하는 이상 처벌하기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검찰이 정부 최고위직 출신인 변 전실장에 대해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이상, 거액의 기부금을 낸 이들 기업인들이 처벌을 받을 여지는 남아 있다.
신씨의 학력 위조 사실을 폭로한 핵심 참고인 장윤 스님도 15일 중국으로 나가려다 공항에서 제지 당한 사실이 알려져 검찰의 출국금지 이유에 관심이 모아졌다. 검찰 관계자는 출국금지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해 특별한 혐의를 두진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장윤 스님 전등사 주지 사임
한편 장윤 스님은 17일 조계종 직할교구 사찰인 강화도 전등사 주지직을 전격 사임했다. 장윤 스님은 이날 조계종 총무원에 낸 사임서에서 "신정아씨 동국대 교수 임용을 둘러싼 가짜학위 의혹을 밝히려다 본의 아니게 종단에 누를 끼친 것에 도의적 책임감을 느끼고 사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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