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에 대선후보 경선 초반 4연전의 후유증이 간단치 않다. 저조한 투표율이 "이게 국민참여 경선이냐"는 회의를 부른 것도 모자라 주자들이 서로 얽혀 싸움을 벌이며 경선 판을 더욱 어지럽히고 있다. 이른바 동원 선거와 친노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각본설 공방이다.
동원선거 논란
신당 경선이 초반부터 동원 선거 논란에 휩싸였다. 말로만 '국민 경선'이지 사실상 조직 동원력이 승부를 가르는 '그들만의 선거'로 전락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실제 16일 충북ㆍ강원 경선에서 동원 선거의 위력이 확인됐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캠프 최고고문인 이용희 의원 지역구(보은ㆍ옥천ㆍ영동)에서 정 전 의장은 전체 4,872표 중 3,840표를 얻었고,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655표, 이해찬 전 총리는 331표에 그쳤다.
정 전 의장이 충북에서 얻은 6,334표 중 53.9%가 이 의원 지역구에서 나온 셈이다. 특히 이 지역 1, 2위간 표차는 3,185표로 충북 전 지역에서의 1, 2위간 표차(3,414)에 육박했다.
이해찬 전 총리측 이광재 의원 지역구인 강원 영월ㆍ평창에서도 이 전 총리가 1,326표 중 834표(62.8%)를 휩쓸었고, 손 전 지사측 이시종 의원 지역구(충북 충주)에서도 손 후보의 득표율은 60.1%(1,023표 중 615표)였다. 이 전 총리의 강원 지역 득표율은 37.1%, 손 전 지사의 충북 득표율은 24.3%로, 확연한 표 쏠림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손 전 지사측 우상호 대변인은 "정 전 의장의 후보의 조직동원 능력은 놀라웠으나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는 못했다"고 비판했고, 이해찬 전 총리측 유시민 선대위원장도 "정 전 의장은 동원 경선의 절대 강자"라고 비난했다.
이에 정 전 의장측 노웅래 대변인은 "본인들이 이기면 자발적인 지지이고 지면 조직 동원 선거라고 하는 것은 반칙이고 구태"라고 반박했다.
친노후보 단일화 각본설
친노 후보 3명이 단 이틀 만에 1명으로 초고속 단일화를 해내자 사전 각본설 논란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청와대 각본설'은 초반 4연전에서 1위를 빼앗긴 손학규 전 지사측이 가장 민감하다. 손 전 지사는 17일 라디오인터뷰에서 "유시민 후보가 '저한테 표를 많이 주셔야지 그렇지않으면 사퇴압력을 받는다'는 얘기도 했다"면서 '노심(盧心)이 작용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세상이 다 아는 일을 제 입으로 얘기할 필요는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신당 선거인단에 등록된 것과 관련, "대통령 명의를 도용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면서 "특정후보를 밀기 위해 청와대가 올인하고 있다는 징표"라고 비판했다.
정동영 전 의장도 지난 14일 "경선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이뤄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일찌감치 못을 박았다. 한 측근은 이날도 "유시민 후보측은 경선 초반지역 외 다른 지역에서 선거인단을 모집한 흔적이 없다"며 "최소한 노 대통령의 의중대로 주변에서 (유시민 전 장관의 낙마를) 지시했을 가능성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친노 진영은 터무니없다며 일축하고 있다. 이 전 총리측 한병도 의원은 "유 후보의 사퇴는 나도 현장 연설에서 처음 들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을 만큼 돌발적 상황이었다"며 "청와대 지시설은 너무 유치한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또 다른 캠프 인사는 "벼랑 끝에 몰렸다고 허무맹랑한 얘기를 해서야 되겠냐"고 손 전 지사측을 비난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