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은 사실이었다. ‘잔혹하지만 매혹적’이라는 조금은 낯선 수식어구도,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작곡가로 추앙 받는 스티븐 손드하임의 천재성도 듣던 그대로였다.
뮤지컬계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 <스위니 토드> 의 한국 라이선스 공연이 15일 공개됐다. 휴 휠러의 극본을 바탕으로 ‘살아 있는 뮤지컬의 거장’ 스티븐 손드하임이 작사와 작곡을 맡은 <스위니 토드> 는 1979년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토니상을 휩쓸고 89년과 2005년 두 번이나 리바이벌된 작품으로 한국에 소개되기는 처음이다. 스위니> 스위니>
무대의 배경은 19세기 런던. 아름다운 아내를 둔 이발사 벤자민 바커는 아내를 탐낸 고위 판사에 의해 누명을 쓰고 나라 밖으로 추방된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 런던으로 돌아 온 그는 판사가 아내에 이어 자신의 딸까지 노린다는 사실을 알고 스위니 토드로 이름을 바꾼 뒤 복수의 화신으로 거듭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단 한 사람을 향했던 복수의 칼날은 사회 전체를 향하게 된다.
이번 공연은 79년 원작 버전에 가깝지만 특별히 초빙된 캐나다 출신의 오페라 연출가 애드리안 오스몬드가 창의력을 더했다. 톱니바퀴로 맞물린 가장자리로 둘러싼 3층 구조의 거대한 골조 무대는 잔혹한 내용에 음울한 분위기를 더한다. 등장 인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산업혁명으로 기계화된 사회의 하나의 부속품처럼 작고 보잘 것 없게 느껴진다.
여기에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고막을 자극하는 금속성 굉음, 손드하임의 특징 중 하나인 불협화음은 언제든 또 다시 일어날지 모르는 살인의 공포를 극대화한다.
배우들이 대사를 주고받다 때 되면 노래하고 또 화려한 앙상블과 함께 춤을 추는 뮤지컬에만 익숙해 있던 한국 관객에게는 분명 불편한 내용과 음악이다. 그렇지만 작사와 작곡에 모두 능해 대사와 음악, 동선까지 유기적으로 묶는 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알려진 손드하임의 천재성 덕분에 관객은 살인을 일삼는 스위니 토드의 잔인함에 기겁하면서도 작품의 묘한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뮤지컬 <스위니 토드> 는 류정한, 임태경, 김봉환 등 화려한 캐스트로도 화제를 모았다. 대부분 성악 전공자인 주요 출연진은 아직 각자의 개성을 살린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가창력 만큼은 탁월했다. 스위니>
연기 면에서는 스위니 토드의 살인 파트너인 러빗 부인을 사랑하는 토비아스역의 홍광호가 돋보였다. 그는 청아한 목소리와 능청스러운 연기로 많은 박수갈채를 받아 새로운 스타탄생을 예감케 했다.
뮤지컬 <스위니 토드> 는 일단 한국 관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다만 세부사항 면에서는 수정ㆍ보완돼야 할 점이 적지 않았다. 스위니>
특히 스위니 토드의 살인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또 하나의 주인공이자, 그가 친구로까지 칭하는 이발 의자는 15, 16일 공연에서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아 극의 긴장감을 끊고 말았다. 일부 심각해야 할 장면에서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 때문에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양적 성장에 비해 작품의 다양성 추구 등 질적 성장은 떨어지는 지금의 한국 뮤지컬계에 대한 관객의 불만을 반영하듯 객석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거창한 앙코르 무대도 없는 짧은 커튼콜이었지만 관객이 전원 기립하는 모습은 참 오랜만이었다. 10월 14일까지 LG아트센터. (02)501-7888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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