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일대 박사 학위를 받았다는 신정아(35)씨의 주장은 100% 거짓일까, 아니면 일부 사실도 있는 것일까. 두 달간의 미국 도피생활을 접고 16일 귀국한 신씨가 검찰 조사에서 여전히 “예일대 박사 학위를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변양균(58)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비호 의혹 파문으로 번진 신씨의 허위 학력에 새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이 규명해야 할 핵심은 신씨가 실제 예일대 박사인지, 신씨 역시 미국 현지 학력위조 브로커에게 속은 것인지를 가리는데 있다.
신씨는 검찰 조사에서 “예일대 박사 과정을 마쳤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출두에 앞서 신씨는 시사주간지 <시사in> 과의 인터뷰에서도 “2001년부터 2002년까지 2년(4학기) 코스웍 하고, 2003년 봄에 종합시험 보고, 2004년 가을에 논문 디펜스를 하고, 2005년 5월 졸업을 했다”며 예일대 졸업이 사실이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신씨의 박사 학위가 가짜라는 사실은 동국대가 7월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예일대의 조회 결과를 공개하면서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시사in>
그렇다면 신씨는 왜 이런 거짓말을 계속 하고 있는 것일까. 일단 신씨는 자신도 현지 학력위조 브로커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신씨는 “공부를 도와주는 가정교사가 있었지만, (그녀가 논문을) 100% 다 쓴 건 아니다”며 브로커의 개입을 시인했다. 신씨 변호인인 박종록(55) 변호사도 “신씨는 예일대에서 미술사학과 시간강사를 한 존 트레이시씨를 고용해 그에게 논문 작성과 제출 등을 맡겼고, 논문이 통과되면 보수를 챙겨줬다고 한다”며 “그를 찾기 위해 미국에 가서 탐정을 고용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는 게 신씨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씨도 트레이시씨에게 속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검찰도 17일 신씨의 예일대 박사학위 취득 과정에 학력위조 브로커가 개입했는지 규명한다는 입장이다. 구본민 서울서부지검 차장검사는 이날 기자 브리핑을 통해 “(브로커 개입 여부를)확인하기 위해 수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결과 학력위조 브로커가 개입, 신씨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난다고 해도 신씨가 정상적 방법이 아닌, 브로커에 돈을 주고 편법을 동원해 학위를 취득했다는 혐의는 벗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씨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끝까지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신씨는 캔자스대에서 학ㆍ석사 결합과정으로 미술학사(BFA)와 경영전문석사(MBA)를 받았다고 했지만, 대학 당국은 “신씨가 1992년 봄부터 96년 가을까지 캔자스대를 다녔으나 졸업은 하지 못했고 3학년으로 중퇴했다”고 확인했다. 신씨가 광주비엔날레 재단에 제출한 이력서에 학사 및 석사 취득 연도가 각각 94년, 95년으로 기재돼 있지만 신씨는 최근 인터뷰에서 “95년 MBA 과정을 시작해 96년 석사학위를 받았다”고 말을 바꿨다. “서울대를 다녔다고 말한 적이 없다”는 그의 주장도 거짓으로 판명났다.
박 변호사는 신씨의 논문에 대해 “실제 논문을 봤더니 70% 정도를 다 베꼈더라. 제목도, 목차도 거의 똑같더라. 내용도 여기저기 짜깁기했다”면서 “신씨는 당시 표절인 줄 전혀 몰랐다고 한다”고 말했다. 신씨가 학력위조 브로커에게 당한 ‘피해자’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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