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이라크전 정책과 관련된 대국민 연설을 한 다음날인 14일 부시 대통령을 인터뷰할 기회는 백악관 출입기자가 아니라 인터넷 블로거들에게 찾아왔다. 백악관측은“새로운 미디어와의 첫 접촉”이라고 포장했지만 부시 대통령의 의도는 너무나 쉽게 드러났다. 초청된 10명의 블로거가 대체로‘친(親) 부시’이거나 이라크전 수행을 지지하는 인사이었기 때문이다.
구미에 맞는 언론만을 상대하겠다는 편가르기였지만 어쨌든 부시 대통령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1시간 동안 부시 대통령을 만나고 나온 블로거들은“흔들림이 없었고 열정이 가득했다” “매우 총명하고 면도날처럼 날카로웠다” “그의 성실성에 압도됐다”며 부시 대통령을 평가하는 내용의 글들을 써댔다.
대국민 연설에서 발표된 이라크 주둔 미군의 부분 철수안이 워싱턴포스트나 뉴욕타임스 등 이른바 ‘전통적 언론’들로부터 집중적인 비판을 받은 터라 이러한 글들은 부시 대통령에게는 위안이 됐을 것이다.
이라크전으로 만신창이가 돼 있는 부시 대통령은 평소‘전통적 언론’또는 ‘주류 언론’들에 대해 “내가 국민에게 전달하고 싶은 것은 다 걸러내고 비판만 한다”는 불만을 토로해 왔다. 이런 불만을 놓고 보면 워싱턴의 부시 대통령이 느끼는 심정은 서울의 노무현 대통령이 토로하는 그것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언론에 대처하는 방식은 서울과 워싱턴의 모습이 너무 다르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에 나름의 대책으로 ‘편가르기’를 시도했던 것 같지만 그 정도에서 그치고 있다. 독기를 품고 ‘언론과의 싸움’에 나서고 있는 노 대통령에 비하면 세계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택한 방법은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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