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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훈의 곤니치와] "일본 파벌정치는 불사의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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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훈의 곤니치와] "일본 파벌정치는 불사의 괴물"

입력
2007.09.17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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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파벌정치가 부활하고 있다.

“자민당을 부숴버리겠다”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위세 등으로 붕괴 직전까지 갔던 집권 여당 자민당의 파벌들은 절대절명의 위기 속에서 치러지는 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예전의 세력을 복구하고 있다.

현재 자민당에는 9개의 파벌이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전격적인 사의표명으로 후쿠다 야스히로(福田康夫) 전 관방장관과 아소 다로(麻生太郞) 간사장이 포스트 아베 자리를 놓고 맞붙게 된 상황에서 아소파를 제외한 모든 파벌이 후쿠다를 지지하는 이례적인 사태가 벌어졌다.

선거도 해보기 전에 날벼락을 맞은 아소는 “구태의연한 파벌들의 단합”이라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고이즈미와 아베를 계승하는 형태인 아소를 거부하는 파벌들의 대결집은 파벌정치의 부활을 알리는 상징적인 움직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조짐은 이미 아베 총리가 참의원선거 이후 단행한 개각 때부터 나타났다. 각 파벌 대표들이 각료로 대거 참여하는 등 선거 참패 후 파벌의 입김이 크게 강화됐다.

정당에서 파벌은 정책 등에서 이해 관계가 맞는 정치인들의 모임을 말한다. 구 자유당과 구 민주당의 보수연합으로 탄생한 자민당은 1955년 창당이래 파벌 정치를 앞세워 장기 일당독재의 권좌를 유지해왔다. ‘보수 본류’라고 불리는 이케다파(현 다니가키-고가-아소파)와 사토파(쓰시마파)계열, 방계인 후쿠다파(마치무라파) 계열 등이 파벌간의 ‘정권교체’를 통해 일본 정치를 주물러왔다.

각 파벌이 독립적인 정당의 역할을 했던 자민당의 파벌정치는 전후 일본의 안정과 발전에 큰 공을 세웠다는 평가도 받았으나 금권정치와 밀실정치 등 폐해가 크다는 비판이 더 많았다.

공천권과 자금력, 인사권을 거머쥐고 권력을 쟁취ㆍ유지해야 하는 파벌정치의 속성상 필연적인 부작용이다. 이 때문에 ‘파벌해체’는 자민당의 단골 구호로 내려왔다. 1963년 미키 다케오(三木武夫) 내각에서 파벌 해체가 처음으로 공식 논의됐고, 1977년 3월 후쿠다(福田) 내각 때는 해체가 실제로 단행되기도 했다.

90년대 중반부터는 보다 근원적인 해체 작업이 추진됐다. 소선거구제로의 전환 등 선거 및 정치제도의 개선과 총리 권한의 대폭 강화 등이 그것이다.

특히 독불장군식 리더십을 발휘했던 고이즈미 정권이 들어서면서 파벌의 붕괴 현상이 급속히 진행됐다. 즉 소선구제는 공천권을, 정당보조금제도는 자금력을, 총리의 권한강화는 인사권을 약화시키는 등 파벌들의 생존기반에 커다란 타격을 가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급박해진 일본 정국의 흐름은 이 같은 파벌 붕괴 현상이 착시였다는 것을 다시금 증명하는 것이다. 일본에서 파벌정치는 죽지도 않았고 사라지지도 않았다는 것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때로는 극도로 몸을 움츠리지만, 선거 때가 되면 보란 듯 고개를 드는 행태를 반복하는 파벌은 권력 지향의 정치 속성상, 특히 ‘떼거리 정치’가 자리잡은 일본의 정치 풍토상 퇴치가 불가능한 ‘괴물’이라고 할 수 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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