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감독은 선택 받은 직업이다. 장관 이름은 몰라도 8개 구단 감독이 누구인지는 다 안다. 유명세만큼 누리는 것도 많다. 코칭스태프 조각권을 비롯해 선수단 운영권 등 야구와 관련한 거의 모든 권한을 감독이 갖는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남모를 고충이 많다. 성적이 나지 않으면 구단과 팬들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 미국 프로야구 텍사스의 구단주를 지냈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프로야구 감독은 미국 대통령보다 고민이 많은 자리”라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프로야구 25년 동안 감독 한 명의 평균수명은 2년6개월밖에 안 됐다.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불명예 퇴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롯데가 17번이나 감독을 경질했고, 삼성 LG 등도 10차례 이상 감독을 교체했다.
반면 해태 현대 두산은 장수 감독을 배출했다. 해태 김응용 감독(현 삼성 사장)은 18년, 현대 김재박 감독(현 LG 감독)은 11년, 두산 김인식 감독(현 한화 감독)은 10년 동안 한 팀에서 장기집권 했다. ‘3김’이 장수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능력이 탁월한 때문도 있지만 구단이 믿고 기다려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82년부터 2001년까지 타이거즈는 19년 동안 감독이 단 세 명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KIA로 바뀐 2001년 이후로는 벌써 두 번이나 바뀌었다. 그것도 두 번 모두 시즌 중 경질이라는 불명예를 남겼다.
2년 만에 최하위가 유력해진 KIA가 시끄럽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단장과 감독 경질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구단에서는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어쨌든 모양새가 좋지 않게 됐다. 김응용 감독도 재임기간중 성적이 바닥을 기었을 때가 있었지만, 구단이 인내해준 덕분에 한국시리즈를 9차례나 제패했다. KIA 구단이 곰곰이 되새겨볼 대목이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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