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 3차 협상에 나서는 우리 정부가 ‘공세 전환’을 예고했다. 그러나 EU측은 여전히 우리측 개방 수준이 “실망스럽다”고 지적, 벌써부터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17일부터 21일(현지시간)까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이번 협상에 앞서 정부는 개선된 상품 양허(개방)안을 EU측에 전달했다. 2차 협상에서 EU측이 불만을 제기했던 부분을 보완한 것으로, 정부는 “이 정도면 해볼 만하다”는 입장이다. 2차 협상까지 EU측이 제시한 높은 수준의 양허안에 밀려 줄곧 수세적이었던 상황을 이번 협상을 통해 반전시키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수정 양허안을 전달 받은 피터 만델슨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11일 “한국측 접근에 실망하고 있다”며 노골적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한국이 협상을 신속히 진행하길 원한다면 주고받기 식에서 벗어나 야심찬 수준으로 곧바로 가야 한다”며 “훨씬 강렬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한수 우리측 수석대표 역시 14일 “공산품 수정안의 경우 한ㆍ미 등 다른 FTA보다 전향적”이라고 강조, 더 이상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정부 관계자는 “공산품 가운데 이미 무관세인 품목을 뺀 관세대상 품목만 비교하면 관세 조기철폐(즉시철폐+3년내 철폐) 비율이 교역액 기준으로 우리측이 EU측보다 높다”고 강조했다. 이번 협상에서 양측의 개방 수준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치열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개별 품목에 있어서도 공방은 더욱 뜨거워질 것 같다. 우리 정부가 전체적 수준이 균형에 가까워졌다고 판단하는 이상, 본격적인 주고받기식 협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역시 최대관심 분야는 자동차다. 임영록 재정경제부 2차관은 지난 주 정례브리핑에서 “양측 모두 관세 철폐 기간을 7년으로 분류한 완성차에 대한 양허를 개선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어차피 마지막까지 가야 할 ‘빅 카드’라는 점 때문에, 양측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우리측은 그간 개방 일정을 제시하지 않았던 250개 농축수산물 ‘미정’ 품목에 대해 개방 여부와 개방일정 등을 내놓으며 EU측을 압박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개방대상이 확대된 만큼 우리측 목소리가 힘을 받을 가능성도 커진 셈이다. EU측은 관심 품목인 돼지고기, 올리브유, 닭고기, 와인 등의 개방 확대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는 지적재산권, 각종 비관세장벽, 정부조달 등도 이번 협상의 주요 포인트로 꼽힌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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