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 주요 정치인들을 위해 정치자금을 모금해주면서 ‘큰 손’을 자처해 온 노먼 슈(56)가 법망을 피해온 기업적 사기꾼임이 밝혀지면서 미 정가에 파문이 계속되고 있다. 홍콩 출신 미국 시민권자인 슈는 2003년부터 지금까지 민주당 정치인들을 위해 모두 120만 달러가 넘는 자금을 모금, 민주당에 적잖은 기여를 해왔다.
그러나 그는 1992년 캘리포니아주 법정이 사기 혐의로 자신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하자 홍콩으로 도피했다가 90년대말 다시 미국으로 들어와 신분을 숨긴 채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업가 행세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정체가 발각된 그는 법정 출두를 앞두고 종적을 감췄다가 하루 만인 6일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에 의해 콜로라도주 그랜드 정션에서 체포됐다.
1992년 슈에게 적용됐던 사기혐의는 고율의 수익을 안겨 주겠다며 이른바 ‘피라미드식 다단계 이자증식 사업’을 미끼로 투자자들로부터 100만 달러 이상을 거둬들인 뒤 이를 착복한데 따른 것이었다. 홍콩으로 도망간 슈는 홍콩 당국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기도 했으나 90년대말 미국에 돌아온 뒤에는 또 다시 특유의 사기적 수완을 발휘, 거액의 자금을 주무를 수 있게 됐다.
슈가 민주당 정치인들에게 직접 기부도 하고 정치자금 모금책의 역할도 하면서 민주당을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기 시작한 것은 2003년9월 존 케리 상원의원에게 2,000달러를 기부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배럭 오바마, 조 바이든 상원의원,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주지사 등 현재 대선후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유력 인사들을 포함, 상당수의 민주당 정치인들이 슈의 신세를 졌고 모금행사장에서 그와 함께 사진을 찍어주는 사이가 됐다. 특히 최근 6개월 동안 슈는 민주당 대선주자 가운데 확고한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에게 집중적으로 공을 들였다.
그의 과거 사기 행각 뿐만 아니라 정치자금 모금 과정에서도 수상한 점이 드러나면서 민주당 정치인들은 더욱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슈는 2003년 봄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 ‘컴포넌츠’를 통해 9명에게 10만 달러를 송금한 뒤 이로부터 몇 개월 뒤부터 이 돈을 송금받은 9명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정치자금을 거둬들였다.
미국의 수사 전문가들은 개인당 정치자금 기부한도가 2,300달러이고 기부자에게 기부금액을 보전해주는 것을 금하고 있는 연방 선거법의 제한을 회피, 자신의 정치자금 모금 실적을 한꺼번에 끌어올리기 위해 슈가 ‘돈을 미리 줬다가 다시 거둬 들이는’ 수법을 쓴 것으로 보고 있다. 슈는 민주당에 급속도로 접근하기 위해 이 같은 실적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가 다시 미국에 돌아와 거액을 끌어 모을 수 있었던 수법도 한때는 수수께끼였으나 1992년 때와 비슷한 사기 행태를 보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는 중국에서 의류를 수입하는 사업가 행세를 하면서 투자자들로부터 4,000만달러 이상을 끌어 모았다.
슈가 체포되면서 이 돈은 모두 허공으로 날아가버릴 가능성이 커졌다. 슈는 민주당과의 정치적 배경을 투자자를 유인하는데 활용하고 이렇게 모인 투자금의 일부를 정치자금으로 사용해왔다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