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親盧) 후보 단일화가 대통합민주신당 초반 경선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친노 진영의 결집이 현실화하면서 경선 판도는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물론 인위적인 구도 재편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적지 않다.
단일화의 효과는 이해찬 전 총리가 16일 강원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함으로써 일부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명숙 전 총리가 레이스를 계속했다면 강원 맹주를 자임하는 이광재 의원의 조직표가 양측으로 갈리면서 손학규 전 경기지사에게 밀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고전이 예상됐던 충북에서도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지지그룹인 ‘시민광장’ 회원들의 적극 투표로 ‘2위 같은 3위’를 할 수 있었다는 게 캠프 측 분석이다.
이 전 총리는 단일화를 통해 낮은 투표율 때문에 비중이 훨씬 높아진 조직력 측면에서 일정한 경쟁력을 갖게 됐다. 여기에 ‘현실 권력’인 노무현 대통령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그가 손 전 지사나 정 전 의장을 따라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다른 시각도 만만치 않다. 국민적 기대나 여론의 흐름과는 무관하게 특정 후보들끼리 전체 구도를 뒤흔드는 게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특히 사표(死票) 우려를 뿌리치고 레이스를 강행했다가 반나절 만에 후보를 사퇴한 유 전 장관의 행보는 더욱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당내에선 “친노 진영의 욕심이 경선 흥행을 망쳤다”(재야파 중진의원)는 원망도 나왔다. 이미 단일화가 예견됐던 만큼 일찍 정리했다면 영ㆍ호남 통합의 이미지를 갖춘 추미애 전 의원이나 진보ㆍ개혁 색채가 뚜렷한 천정배 의원 등이 본경선에 진입, 유권자들의 선택지를 풍부하게 만들었을 것이란 얘기다.
이 때문에 단일화가 정치적 효과를 노린 ‘각본’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대두된다. 이와 관련, 정 전 의장은 이날 “(단일화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고 있는 것 같다”며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를 겨냥했다. 손 전 지사도 “아무리 잘 짜여진 각본도 끝내 민심을 이길 수 없다”며 각본설을 제기했다.
장기적으로 후보 단일화가 뚜렷한 정치적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 전 총리는 여성계의 지지가, 유 전 장관은 개인적인 호감에 따른 지지가 많았던 만큼 이 전 총리가 이들의 지지 층을 흡수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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