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 부자와는 어긋났고, 클린턴 대통령과는 잘 맞았다."
미국의 '경제대통령'으로 군림했던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회고록 <격동의 시대(the age of turbulence)> 이 17일 공식 출간된다. 미국 언론들은 그린스펀 전 의장이 회고록에서 역대 대통령들에 대해 이런 촌평을 쏟아냈다고 15일 일제히 보도했다. 격동의>
그린스펀 전 의장은 평생 공화당원이지만, 공화당 출신인 부시 대통령 부자에 대해선 혹평을 마다하지 않았다. 조지 W 부시 현 대통령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정책적인 면에서는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언급하면서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너무 정치적인 압력에 휘둘리고 있으며 장기적인 결과에 비중을 둔 논의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더 나빴다. 그는 "경제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었다"면서 "그 결과 우리는 지독한 관계로 끝나고 말았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부시 전 대통령은 92년 재선실패에 실패한 뒤, 선거패배의 원인 중 하나가 그린스펀 전 의장의 소극적 금리정책 때문이라고 노골적 불만을 표시한 바 있다.
반면 그린스펀 전 의장은 민주당 출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경제커플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할 정도로 조화를 이뤘다"고 자평했다.
그는 "클린턴 전 대통령과는 베이비붐 세대교육과 로큰롤에 대한 사랑을 공유한 적도 없고 클린턴 전 대통령이 나를 무미건조한 사람이라고 여겼을 수도 있다"며 "하지만 둘 다 책을 읽고 세계에 대해 사색하면서 조화를 이뤘다"고 밝혔다.
87년 자신을 처음으로 FRB 의장에 임명한 도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보수주의에 대한 분명한 태도를 갖고 있는 그에게 끌렸다"고 평가했다.
한편 그린스펀 전 의장은 "앞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통제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미국의 정책금리인 연방기금금리의 목표수준이 현재 5.25%의 두 배인 10%대에 이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87년부터 2006년까지 4명의 대통령 밑에서 FRB 의장을 5번 연임한 그린스펀 전 의장은 선제적 의사결정과 특유의 은유화법으로 숱한 금융위기를 넘기며 세계 경제를 안정적으로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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