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남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이 서울대 기초교육원에서 '내가 보는 한국 대학'이란 제목으로 강연하면서, "남 탓 하지 말고 교수들부터 경쟁하라"고 쓴 소리를 했다. 한국 대학의 경쟁력 저하가 끊임없이 걱정거리가 되고 있는 현실에서 시의적절한 지적이라고 본다.
지난해 미국 시사주간 <뉴스위크> 가 선정한 세계 100대 대학에 한국 대학은 하나도 들지 못했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 의 평가에서는 서울대가 63위로 그나마 체면을 살렸을 뿐이다. 더> 뉴스위크>
특히 작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대학의 경제ㆍ사회 요구 부합도를 조사한 결과 한국 대학은 조사 대상 61개 국 가운데 50위로 최하위권이었다. 한국의 전체 국가경쟁력 순위, 32위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우리 대학의 경쟁력이 높지 못한 이유는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서 총장의 지적대로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대학사회 자체, 특히 교수들의 이기주의가 크다고 본다.
지난 달 서울대 공대가 교수 7명을 채용하려다 지원자 전원이 수준 미달이라는 이유로 채용이 무산됐다. 당시 상당수의 학교 관계자들은 우리 사회의 평등주의가 유능한 교수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을 막았기 때문이라고 불평했다. 그러나 정체불명의 평등주의가 교수 처우에 관여한 적은 없다. 현재의 제도로도 우수 교수에 대해 어지간히 인센티브를 줄 수 있다.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연공서열 식으로 굳어진 대학 관행 때문이다. 더더구나 국립대를 법인화하면 능력별 대우의 격차를 더 늘릴 수 있는데도, 교수들은 공무원 신분을 놓치지 않으려고 법인화에 극력 반대하고 있다.
대학들이 학교별 특성화를 외치지만 잘 안 되는 이유도 특정 분야에 집중하기 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분야를 통폐합하는 데 대해 교수들의 반대가 극심하기 때문이다. 국가와 사회에서 아무리 대학에 돈을 퍼부어도 이런 식으로 자기 밥그릇 해치는 일은 하나도 하지 않으려고 하는 한 우리 대학들의 경쟁력 강화는 백년하청일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