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ㆍ스탠퍼드ㆍ도쿄대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들은 좀처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학문들을 묶어 기존의 개념을 뛰어넘은 새 학문의 범례(範例)를 제시하고 있다.
도쿄대 대학원은 학과, 학부 차원과 다른 ‘환(環)’이라는 새 제도를 도입했다. 정보학 환(環)의 경우, 첨단기술 발전과 정보접근 패러다임의 전환기를 맞아 인문ㆍ사회계의 정보ㆍ미디어커뮤니케이션 분야와 이공계의 컴퓨터ㆍ로봇 공학 분야를 합쳐 2002년 출범했다.
50여명의 교수 중 40%는 3~5년을 주기로 전공 분야와 정보학 환을 오가며 강의와 연구를 맡는다. 학문간 벽을 없애자 강의 내용은 완전히 달라졌다. 정보학 환에는 문화ㆍ영상ㆍ미디어표현 등 인문정보학에서부터 알고리즘ㆍ프로그래밍언어ㆍ신호처리 등 기술정보학에 이르기까지 정보학과 관련된 모든 분야를 다룬다.
미술사와 인문학을 융합한 ‘문화자원학’, 사회학과 예술을 접목시킨 ‘표상문화론학’ 등은 이런 융합의 대표적 산물이다.
하버드대도 경영학과 첨단과학을 묶은 경영대학원(HBS)의 과학기술ㆍ경영과정(ScienceㆍTechnology & Management)과 실용과학대학(SEASㆍSchool of Engineering and Applied Sciences) 간 공동연구를 통해 학문간 교차점을 찾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이들 대학의 학문 융합이 기초 학문의 탄탄한 토대 위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스탠퍼드대는 역사ㆍ과학ㆍ약학을 아우르는 전공(HMSㆍHistory, Science and Medicine)을 두고 있다.
학생들은 기초 필수 과정으로 ‘과학혁명’을 이수하고 과학ㆍ약학 관련 역사 3과목, 특정 지역의 과학사 및 약학사 4과목을 이수해야만 각 분야 융합 강의를 들을 수 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과학ㆍ기술 경영 과정도 MBA과정을 마치고 공학ㆍ경영학ㆍ통계학 등을 이수해야 한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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