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자지구에는 인도주의적인 구호 활동이 절실합니다. 그러나 이면에 종교적 목적이 있는 도움은 사양합니다.”
의사이자 인권운동가인 모나 엘 파라(53) 레이첼 코리 어린이 센터 대표는 한국 개신교 단체의 중동지역 봉사활동 논란에 대해 “종교 단체의 지원을 받지 않을 이유는 없지만 종교적 의도가 있는 구호활동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레이첼 코리 어린이 센터는 전쟁과 폭력이 계속되는 팔레스타인의 어린이에게 교육과 은신처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2007 세계여성포럼 참가차 방한한 엘 파라 대표는 14일 서울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인터뷰를 갖고 “가자지구 주민의 85%가 외부 원조에 의존해 생활하고 있으며 특히 17인 가족이 닭 한 마리로 한 달을 지낼 만큼 육류 공급이 부족하다”며 그곳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다.
가자지구의 칸 유니스 출신으로 1987년 영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가자지구 의료 구호 활동에 헌신할 것을 결심했다는 엘 파라 대표는 이슬람의 적십자사인 적신월사의 팔레스타인협회 가자지구 부회장을 맡고 있다. 또 열악한 그곳의 생존 조건과 자신의 구호 활동 경험을 블로그(‘From Gaza, with Love’)를 통해 알려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면적이 360㎢에 불과한 가자지구는 인구가 무려 150만 명에 이릅니다. 인프라는 파괴됐으며 보건의료서비스도, 식량도 턱없이 모자랍니다. 팔레스타인 어린이 중 42%, 여성 중 55%가 외상으로 인한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습니다.”
그는 “한국에 온 것이 기적”이라고도 말했다. 가자지구는 이동의 자유가 제한돼 있어 지난 주까지만 해도 이번 포럼에 참가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는 “세계 여성 리더들과 아이디어를 나누고, 한국과 팔레스타인 비정부기구(NGO) 간 교류를 촉진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왔다”고 위험을 무릅쓰고 방한한 이유를 설명했다.
“미국의 세계적인 석학 노암 촘스키가 출간을 준비하고 있는 책의 한 부분을 썼다”고 근황을 소개한 엘 파라 대표는 미디어에 대해서도 할말이 많았다.
“전 세계 언론이 하나 같이 사건 중심으로만 가자지구를 보도하는 것은 정말 옳지 않습니다. 절망에 빠진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일상적인 고통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어요. 어느새 가자지구 사람들은 미디어에서 잊혀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김소연기자 jollyl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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