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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 새 길을 찾는다] 2부 <6·끝> 농촌을 세계에 팔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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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 새 길을 찾는다] 2부 <6·끝> 농촌을 세계에 팔아라

입력
2007.09.1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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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충북 청원군의 상수허브랜드를 찾은 40여명의 외국 관광객들은 허브의 강렬한 향기에 홀린 듯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로즈마리, 데이지, 라벤더, 민트, 재스민, 아이리스, 세이지…. 이름만 들어도 싱그러운 1,000여 가지의 허브가 꽉 찬 꽃밭 앞에서 관광객들은 멍하니 서서 연방 깊은 숨만 들이켰다.

"허브 교육을 받아야 시설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통역 가이드 정성수(58)씨의 안내 말이 잠시간의 정적을 깨뜨렸다.

허브 강사로 나선 사람은 상수허브랜드 설립자 이상수(53) 사장. "한국 허브는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에서 자라 색깔과 향이 더욱 선명하고 짙습니다" 이 사장의 한국산 허브 예찬이 이어지고, 직접 허브잎을 잘라 코끝에 대 본 외국인들은 "코리안 허브, 넘버원!"을 외쳐댔다.

가이드 정씨는 "우리 허브의 효능과 특징, 가공제품을 설명하는데 주안점을 둔다"며 "식물원에서 관광객에게 교육을 하는 건 상수허브랜드가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귀띔했다.

첫 관람코스는 허브나라. 연중 맛과 향이 다른 허브들이 각기 꽃망울을 터뜨려 고혹적인 자태를 뽐내는 공간이다. 설탕보다 당도가 300배나 높다는 스테비아 잎을 따먹거나 상큼한 레몬타임을 맛볼 수도 있다. 허브꽃으로 장식한 하트모양 터널은 허브카펫과 연결된다. 골든타임을 깐 허브카펫은 맨발로 걷는 꽃길이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밑에 깔린 골든타임의 독특한 향기가 물씬 피어오른다. 레몬그라스 잎을 손등에 문지르던 스미타(28ㆍ여ㆍ인도)씨는 "한 곳에 이렇게 많은 종류의 허브가 몰려 있는 게 놀랍고 신기하다"고 탄성을 발했다.

체험코너도 다채롭다. 향기 치료부터 허브차 마시기, 허브주머니ㆍ비누ㆍ화분ㆍ향초 만들기, 허브 떡ㆍ빵ㆍ스낵 만들기 등 10가지가 넘는다. 이 가운데 단연 인기는 허브성에서 맛보는 허브꽃밥 체험이다.

갓 발아한 13가지 허브싹과 허브꽃잎을 섞은 꽃밥에 라벤더 된장국, 스테비아 김칫국으로 차려지는데, 보통 허브고추장을 넣고 비벼먹는다. 허브의 효능과 한국 전통 장류를 결합시킨 퓨전 음식인 셈이다.

요즘 이 꽃밥은 '코리아 꽃밥'이라는 이름으로 외국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러시아 관광객 루슬란(22ㆍ카잔국립대)씨는 "예쁜 꽃잎을 먹는다는 발상이 재미있다"며 "아삭아삭 씹히는 맛과 입안 가득해지는 상큼한 허브향이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들었다.

지난해 다녀간 외국 관광객은 15만여명. 매달 1만2,500명, 하루 410명 꼴이다. 올해는 16만명이 넘을 것으로 상수허브랜드측은 예상하고 있다. 싱가포르, 중국, 말레이시아, 홍콩 등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가장 많은데, 최근 들어서는 유럽, 남미쪽 관광객도 늘고 있다.

매일 수백명의 외국인이 몰리는 이곳은 15년 전만 해도 조그만 비닐하우스에 불과했다. 농고, 농대를 나와 채소 농사를 짓던 이 사장은 당시 선진 기술을 익히기 위해 외국에 나갔다가 허브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향기산업이 각광받는 시대가 올 것이다"고 확신한 그는 채소 대신 허브 신품종 개발에 몰두했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 허브시장을 개척하다시피 한 그는 1993년 드디어 지금의 최첨단 동양 최대의 유리온실을 세운다. 10만㎡로 커진 농장은 이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종을 보유한 허브식물원으로 자리매김했다.

문제는 해외 홍보였다. 상수허브랜드는 먼저 각국의 관광 전문가와 주요 여행사를 상대로 관광상품 판촉에 전력을 기울였다. 지난 10여년간 해외 관광박람회, 전시회에는 단 한번도 빠지지 않고 참가했다. 그 결과 현재 동남아시아 각국 기관 등에는 상수허브랜드 관광홍보 책자가 없는 곳이 거의 없을 정도가 됐다.

상수허브랜드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는 물론 태국어, 말레이시아어까지 각국 언어에 능통한 통역 전문가를 여러 명 채용해놓고 있다. 소수 외국 여행객까지 배려한 조치다.

점차 유명세를 타면서 요즘에는 개별 여행객도 가끔 들른다고 한다. 지난달에는 싱가포르에서 상수허브 얘기를 들은 핀란드인 6명이 예정에도 없던 한국행을 결심, 상수허브랜드를 다녀가기도 했다. 인천공항에서 버스를 여러 차례 갈아타고 온 이들은 양손에 갖가지 허브 상품을 주렁주렁 사들고 돌아갔다.

상수허브랜드는 외국인 관광객이 해마다 급증함에 따라 이들의 기호에 맞는 독창적인 허브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충북개발연구원 정삼철(45) 박사는 "상수허브랜드는 일찍부터 허브산업에 눈을 뜬 농민이 농장을 기업화, 관광상품화하는데 성공했고, 이것이 한국형 웰빙이라는 트렌드와 맞아 떨어지면서 세계적 관광지로 떠오른 경우"라며 "외국 관광객 유치를 부르짖는 농촌지역 지자체와 농민 단체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청원=한덕동 기자 ddhan@hk.co.kr

■ 의성 사과밭에 웬 동남아 관광객들?

"동남아 사람들은 탐스럽게 영근 사과만 봐도 마냥 좋아합니다. 한국 사람이 태국의 악어 농장에 열광하는 것과 같은 이치지요."

경북 의성에서 사과와인 공장 ㈜한국애플리즈를 운영하는 한임섭(55) 대표는 "우리 농촌의 일상이 외국인에게는 색다른 관광거리가 될 수 있다"고 역설한다. 그는 실제로 자신의 사과밭을 관광상품으로 전환해 대성공을 거뒀다.

사과밭에는 사과꽃 따기, 열매따기, 사과파이 만들어먹기, 사과와인 시음 등을 체험하려는 외국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관광객 대부분은 사과를 접하지 못하는 동남아시아 사람들이다.

한씨가 사과밭을 관광지로 일군 데는 절박한 사연이 있다. 11년 전 인근 지역 사과재배농민 27명과 함께 사과영농법인을 만든 한씨는 판로 확대를 위해 사과와인을 개발했다.

국내 첫 사과와인 인데다 맛도 괜찮아 기대를 걸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다. 맛을 고급화하고 병 디자인도 수 차례 바꿔 보았지만 허사였다. 재고는 쌓여가고 직원 월급주기도 힘들었다.

도산에 직면한 그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해외시장 쪽으로 눈을 돌렸다. "한국산 사과를 좋아하는 동남아 여행객들을 유치해 그들에게 와인을 판다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고심끝에 동남아 여행객을 모으기 위해 생각해낸 것이 '나만의 사과와인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이다.

관광객 스스로 전통 옹기에서 숙성된 사과와인을 원하는 병에 담아 코르크로 막는데, 이 때 와인병에 미리 사과밭에서 촬영한 관광객 사진과 이름을 새겨 넣어주는 것이다. 외국인의 경우 20달러의 참가비를 내면 체험도 즐기고 자신만의 사과와인을 가져갈 수 있다.

2005년 말부터 국내 진출한 동남아 여행사들의 패키지 관광상품으로 운영한 결과 대박이 났다. 지난한해 다녀간 외국인은 줄잡아 3,000명. 사과와인 판매도 덩달아 늘어나 작년 총 매출액이 21억원에 달했다. 올 들어 참가국은 3개에서 7개로, 참여 여행사는 7개에서 20개로 크게 늘었다.

사과 수확기가 겹친 올 추석 연휴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대거 몰릴 예정이어서 직원 14명 전원이 비상근무를 하기로 했다.

"우리에겐 너무나 평범하고 별 것 아닌 일이 외국인들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죠." 한씨는 "외국 관광객이 좋아하고 재미있어 하는 체험 프로그램을 더 다양하게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성=정광진 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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