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행> <용의자 x의 헌신> 등 히가시노 게이고(49)의 미스터리 소설에 익숙한 독자들은 이번에 번역 완간된 그의 ‘웃음소설 3부작’을 낯설게 느낄 법도 하다. 세묘화가의 크로키를 본 듯한 느낌이랄까. 견고한 플롯이 돋보이는 작가의 추리물과 달리 <독소(毒笑) 소설> <흑소(黑笑) 소설> <괴소(怪笑) 소설> 은 유머러스하고 가벼운 터치로 쓰여진 10편 안팎의 단편이 각각 실려 있다. 괴소(怪笑)> 흑소(黑笑)> 독소(毒笑)> 용의자> 백야행>
책장을 넘기며 연신 웃음을 빼물게 되는 것이 과연 ‘웃음소설’이라 부를 만한데, 그 웃음이 쓰고(毒) 어둡고(黑) 괴상하다(怪)는 점도 지적해야겠다. 히가시노의 자유분방한 듯한 상상력이 실은 문제적 세태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와 냉소에서 비롯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발적으로 아내를 살해하고 자수하려던 남자는 되레 “사건 현장을 떠나 경찰서로 찾아왔기 때문에 일처리가 복잡해졌다”는 경찰의 핀잔을 듣고 “그땐 제 정신이 아니었다”고 사과한다(‘매뉴얼 경찰’). 규정에 얽매여 본분을 망각한 조직에 대한 유쾌한 비웃음이다.
공부에 쫓기는 손자와 맘껏 놀아주고 싶은 할아버지들이 벌이는 기상천외한 유괴극(‘유괴천국’)은 또 어떤가. 느닷없이 블랙유머 소설을 쓴 이유를 묻는 질문에 작가는 “인간 내면에 자리한 나쁜 마음을 간질이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이훈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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