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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초대석-Book cafe] 주당천리 '허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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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초대석-Book cafe] 주당천리 '허시명'

입력
2007.09.1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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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주당(酒黨) 정책실장”이라고 소개하는 허시명씨. ‘술 전문 여행작가’인 그가 문경의 호산춘, 울릉도의 호박주, 마산의 무학소주 등 국내 방방곡곡의 술에 얽힌 이야기와 일본 히로시마의 사케마스리(술축제)까지 다룬 책 <주당천리(酒黨千里)> (예담 발행)를 냈다.

“묻혀져 있던 옛 이야기를 발굴하려고 발품을 팔았죠. 고려 개국에 술집 주모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 사실을 혹시 아십니까?” <풍경이 있는 술 기행> <비주, 숨겨진 맛을 찾아서> 에 이은 자신의 세번째 술 기행서인 이번 책에서 허씨는 묻혀있는 술 관련 비화를 찾는데 애를 썼다.

예컨대 견훤의 병사들에게 고삼주를 빚어줘 전투력을 약화시킨 안동지방의 주모 안중, 본의 아니게 처음으로 한반도에 프랑스산 포도주를 들여온 하멜, 1998년 발해 건국 1,300년 기념 뗏목대장정에 나섰다가 풍랑을 만나 숨진 울릉도 토박이 이덕영씨가 담근 신선주 등 술과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어낸다.

보리술항아리에 대통을 꽂아놓고 손님과 함께 마셨다는 이제현, 술 없이는 시도 짓지 않았다는 이규보 등 내로라하는 주당이었던 선조들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허씨가 술 이야기를 파고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술 시장 규모는 7조원이 넘을 정도로 거대하지만 술을 문화적으로 풀이한 작업은 전무합니다. 말술을 마시는 사람은 많지만 ‘술의 표정’을 음미하며 마시는 사람은 드물지요.” 술의 표정을 음미한다는 말은 술의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고 마신다는 뜻이다.

1993년부터 여행작가 일을 하던 허씨가 술 전문가가 된 것은 8년 전이다. 지방 각지에서 수집한 소재 중 역사인물, 펜션, 특산물 등에 관해 책과 칼럼을 썼지만 독자들이 가장 관심을 기울였던 소재는 술 이야기였다. 이때부터 전국의 양조장을 돌아다니며 술의 역사를 탐구한 그는 손꼽히는 술 전문가로 우뚝 섰다.

허씨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민속술은 문경의 호산춘, 한산의 소곡주, 해남의 진양주 등이다. “맛이 진해 과음할 수 없도록 한 옛 전통주의 성정(性情)을 잘 지니고 있는 술이기 때문”이라는 설명. 그는 앞으로 소주의 문화사, 일본 청주의 문화사 등을 소재로 글을 더 써볼 생각이다. 주량이 소주 1병 반이라는 허씨는 “진정한 주당이라면 술이 떡이 되지 말고, 술이 덕이 되도록 마셔야 할 것”이라며 말을 맺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사진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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