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소득으로 ‘유리지갑’이라 불리는 봉급생활자의 과중한 세 부담이 내년에도 여전할 것 같다.
월급쟁이들의 근로소득세 증가율이 내년에 8.8%나 되는데다, 근소세 규모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4일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2008년 국세 세입 예산안’을 보면 봉급생활자들이 내는 근소세는 총 14조7,724억원으로 자영업자들이 내는 종합소득세(6조3,046억원)의 2배를 훌쩍 넘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물론 근소세 증가율은 자영업자들의 종소세 증가율(10%)보다 다소 낮다. 하지만 저임금으로 근소세를 내지 않는 근로자들이 세금을 내는 월급쟁이보다 많다는 점에서 실제로 근소세를 내는 근로자들이 느끼는 세부담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1인당 근소세는 올해 202만원으로 처음으로 200만원대를 넘어선 데 이어 내년에는 214만원으로 늘어난다. 경기회복은 더디기만 한데 ‘유리알 지갑들’이 내는 세금은 갈수록 늘어만 가면서 가계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참여정부가 경제파이를 키우는 성장보다는 계층간 분배와 복지, 형평을 내세우면서 재정수요가 점증하고 있는 점. 차기정부가 ‘작은 정부’와 세부담 완화 정책 대신 참여정부처럼 ‘큰 정부’를 지향할 경우 국민들의 세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최영태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소장은 “전체 세수 중 근소세의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보다 여전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봉급생활자들의 세부담이 여전히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관련 세금의 경우 종합부동산세는 급격히 증가하는 반면, 양도소득세는 격감할 것으로 추산됐다.
종합부동산세는 서울 강남 서초 목동 등 소위 ‘버블세븐지역’에 대한 세금폭탄이 현실화하면서 내년에 급증할 전망이다. 재경부는 공시지가 기준 6억원이상 주택에 대해 과세하는 종부세가 내년에 3조827억원이 걷힐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올해보다 34.3%나 급격히 늘어나는 셈이다. 내년에 종부세 과표적용률이 90%로 올해보다 10%포인트나 상향조정되는데다, 공시지가 기준 6억원이상 주택이 급증하면서 종부세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는 것. 종부세 대상 주택은 그 동안 강남 서초 등에 국한됐지만, 내년에는 분당, 목동, 일산 등 수도권 신도시아파트까지 확산되면서 조세 저항도 그만큼 커질 전망이다.
반면 양도소득세는 올해 11조2,846억원 보다 20.2% 감소한 9조원 내외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과도한 주택담보 대출 규제 및 양도세 부담 증가로 거래가 격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내년 중 소득세 등 직접세 비중은 전체의 절반이 넘는 51.4%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됐다. 직접세 비중은 올해 51.2%를 기록, 사상 처음 50%벽을 돌파한 바 있다. 간접세의 경우 소득에 상관없이 무차별적으로 과세되지만, 직접세는 소득의 많고 적음에 따라 누진 세율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직접세의 비중이 높을수록 조세 형평성이 개선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재경부 허용석 세제실장은 “직접세의 비중이 미국ㆍ일본에 비해서는 여전히 뒤쳐지지만 조세수입의 상당부분을 부가가치세에 의존하는 등 우리나라와 유사한 조세수입 구조를 가지고 있는 유럽연합(EU) 국가에 비해서는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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