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의 본경선 개막을 하루 앞둔 14일 친노(親盧) 주자인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가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하자 정치권의 ‘여론조사 만능주의’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두 후보 측은 여론조사 기관 3곳에 조사를 의뢰해 12, 13일 이틀 간 총 3,000명을 대상으로 지지도, 선호도, 본선 경쟁력 등 3가지 문항을 조사한 뒤 이 결과를 가지고 단일화했다. 국민경선 참가자들에게는 전혀 의견을 구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같은 친노 주자인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조차 “경선에 관심이 없거나 참여 의사가 없는 일반 국민의 뜻을 물어 후보를 단일화하는 방식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 전 총리 측은 본경선 룰을 놓고 논란이 있을 때 여론조사 도입에 대해 “사리에 맞지 않는 일”이라며 결사적으로 반대했었다. 최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이 전 총리는 ‘본경선 여론조사 10% 반영’ 결정을 수용하면서도 “100% 개방형 국민경선인 만큼 원칙적으로 여론조사를 도입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자신에게 유리하다 싶으니까 원칙을 바꿨다.
한 전 총리의 경우 예비경선에서 여성을 훌륭히 대표하는 후보로 평가하고 그에게 표를 준 사람들에 대한 배신으로 볼 수도 있다. 김수진 이화여대 정외과 교수는 “예비경선에서 다른 여성 후보인 추미애 전 의원을 탈락시키고 본경선에 올라온 한 전 총리가 여러 차례 TV토론에서 여성정책 공약을 해 온 상황에서 그것도 여론조사를 통해 발을 빼는 것은 책임정치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여성 대표성이란 대의를 소홀히 하고 친노 세력의 작은 정파적 이익에만 집착한 한 전 총리에 크게 실망했다”고 꼬집었다.
여론조사는 2002년 노무현 정몽준 후보 단일화를 위해 사용한 이후 중대한 정치적 의사 결정의 도구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확률에 불과한 여론조사가 투표의 가치를 넘어섰다는 측면에서 정당정치를 붕괴시킬 것이란 우려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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