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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남자, 여자를 해석하다' 여자와 통하려면? 길을 묻는 남자들을 위한 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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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남자, 여자를 해석하다' 여자와 통하려면? 길을 묻는 남자들을 위한 충고

입력
2007.09.1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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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브 골드버그 지음 진성록 옮김 / 부글 발행ㆍ320쪽ㆍ1만3,000원

요즘 남자처럼 처량한 신세가 또 있을까? 밖에서는 구조 조정의 등살에 시달리다, 안으로 오면 식솔에게 충직스런 남자가 돼야 한다. 책은 한탄한다. “마음을 터놓을 진정한 친구는 하나도 없고,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나 의견에는 털끝만큼의 인내심도 보이지 않는 그런 사람이 돼 버렸”다고.

책은 남녀간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에 이르는 길을 제시한다. 약해져 가는 남자와 ‘남자다움 중독’에 빠진 남자에게는 관계 맺음의 실천적 가능성을 제시한다. 저자는 “외적인 측면에서 존재가 더 큰 남자일수록 추락의 길도 요란하다”며 “남자다운 존재가 되기 위해 일에 코를 박고 사는 사이, 그는 이미지와 환상의 노예가 돼 버린다”고 경고한다.

때문에 여성과 맺는 관계도 원활할 수 없다. 섹스 대신에 포옹이나 키스를 더 원하는 여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프로세스’일 뿐, 만족이나 쾌락과 직결된 각종 ‘콘텐츠’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남녀 관계의 진정한 미래는 각 파트너가 자신의 ‘프로세스’를 돌아보며 문제가 발생할 때, 자신의 책임을 직시하고 갈등을 함께 해결하려는 능력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모든 길을 걷고 난 남녀의 파국은 어떻게 오는 것일까. 서로 조건이 완벽한 남녀가 만나 이루는 전통적 결혼에 도사린 부정적 남녀 관계로 비롯되는 양상들은 ‘관계 중독’일 뿐 사랑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조건이 사랑에 앞서기 십상인 한국의 결혼 시장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책의 설득력은 사랑의 현실을 직시한다는 데서 나온다. “남자가 여자를 처음 만날 때 품는 속셈은 거의 언제나 섹스에 고정돼 있다. 그러나 여자의 속셈은 언약이나 구원, 보살핌, 물질적 후원 등의 환상에 고정된다.”(233쪽) 페미니즘이 불러온 여성 해방에 대해서도 책의 시선은 현실에 닿아 있다. “여자의 변모가 태도나 이데올로기에서만 일어났을 뿐, 그녀의 내면 깊은 곳에서 작동하는 프로세스는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241쪽)

지은이는 캘리포니아 주립대 심리학 교수로 1976년의 <남자 되기의 위험> 은 남성 운동을 연 것으로 평가된 밀리언 셀러. 책은 남자들에게 경고한다. “여자가 남자에 대해 느끼고 경험하는 것은 그 남자의 의도나 믿음과는 거의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남자들이 깊이 새겨들어야 할 바다.

책 전체에 걸쳐 소주제별로 체크 리스트를 달아, 독자들이 자신 혹은 가까운 이들의 상태를 점검해 볼 수 있게 한다. 여자들은 왜 사랑의 약속에 매달리는지, 왜 변덕스러운지, 겁을 왜 내는지 등 남성들이라면 갖기 마련인 의문들에 대해 진지하게 답한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허탈감이 커진다 등 책에 제시돼 있는 ‘남자다움 중독 증상 15가지’는 중년 남성들의 눈을 붙든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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