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 대선 경선에 참여한 한명숙 후보가 어제 이해찬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사퇴했다. 같은 친노계열인 유시민 후보는 주말에 치러지는 제주 울산 강원 충청 등 4곳의 경선이 끝난 뒤 단일화 여부를 결정한다고 한다. 그 동안 설이 무성했던 친노(親盧) 동맹이 구체화하는 수순인 셈이다.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가 세 불리를 느끼거나 지지율이 낮아 도중 하차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해찬-한명숙 후보의 단일화는 경우가 다르다. 예비경선을 통과한 뒤 본경선을 치러보지도 않고 사퇴하는 것은 예비경선에서 자신을 지지해준 당원이나 선거인단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한 후보는 이 후보와 공약과 노선이 겹치는 부분도 있지만 여성 대표성은 이 후보가 대신해줄 수 없다. 이런 식으로 단일화를 하려 했다면 예비경선 단계에서 정리했어야 옳다.
많은 비용과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치른 예비경선이다. 한 후보 개인으로서는 그냥 해본 일인지 몰라도 공당의 대선후보 결정 절차로서 중요한 과정이었다. 이를 통해 얻은 본경선 참여 자격을 그렇게 간단히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간발의 차로 예비경선에서 탈락한 후보들은 뭐가 되나. 어떤 명분으로 포장해도 국민을 우롱한 처사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정치신인이나 다름없는 한 후보는 새 바람을 불어넣기는커녕 정치에 대한 실망과 혐오를 오히려 키워 주었다.
경선국면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친노주자들끼리 미리 짠 시나리오라면 정치공학적 행태로 비난 받아 마땅하다. 단일화를 했다고 두 주자의 지지도가 산술적으로 합산되지는 않을 테지만 경선구도를 상당히 왜곡시킬 소지는 충분하다.
다른 후보들의 반발로 경선 분위기가 한층 혼탁해질 수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범여 성향의 유권자들 사이에서조차 예쁜 구석이 한 군데도 없다는 지탄을 받는 신당이다.
평화민주개혁세력의 대통합을 통한 개혁정권의 재창출이라는 명분은 온데 간데 없고 정치적 술수만 살아 있다면 그나마 남은 지지자들마저 등을 돌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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