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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만, 兩岸 갈등 대리전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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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만, 兩岸 갈등 대리전 격화

입력
2007.09.1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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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가입을 위한 국민투표를 강행하려는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과 양안관계의 현상 유지를 바라며 국민투표를 막으려는 미국이 날선 공방을 하고 있다.

토머스 크리스텐슨 미 국무부 동아ㆍ태 담당 부차관보는 13일 대만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천 총통이 불필요하게 중국의 인내심을 시험하려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그는 "천 총통이 국민투표를 자신과 자신의 소속 정당 민진당의 이익을 위해 추진한다"며 매우 이례적으로 상대국 수반을 비난했다. 특히 그는 "나의 발언은 미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며 "백약이 무효인 상태이기 때문에 대만 국민에게 직접 입장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으로서는 화가 단단히 났다는 점을 여과 없이 대만측에 전달한 것이다.

이번 사태는 천 총통이 중화민국(Republic of China)이 아닌 대만(Taiwan)이라는 이름으로 정식으로 유엔에 가입하려는 방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최근 두 차례 유엔에 가입 신청서를 내면서 비롯됐다.

국민투표는 내년 1월 입법원(의회) 선거, 내년 3월 22일 총통 선거에서 민진당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천 총통의 정치적 셈법에서 기인했다는 게 미국과 대만 야당 국민당의 판단이다. 천 총통이 소속된 민진당은 대만 독립을 정책 목표로 설정해놓아 독립 이슈를 부각할 경우 지리멸렬한 반(反) 국민당 표를 결집시킬 수 있다.

최근 미국은 조지 W 부시 대통령까지 나서서 양안 관계의 현상 변경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여러 차례 국민투표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대만을 중국의 일부 영토로 간주하는 중국 정부도 국민투표 강행을 결코 용인하지 않겠다며 벼르고 있다. 하지만 천 총통은 이날도 "대만의 유엔 가입은 대만의 정치적 지위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관측통들은 크리스텐슨 부차관보의 발언은 미국이 천 총통 설득을 포기하고 대만 국민들을 직접 상대하겠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따라서 내년 총통 선거를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는 국민당은 천 총통을 상대로 국민투표 저지 투쟁을 보다 강도높게 진행할 것으로 예상돼 대만 정국은 파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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