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ㆍ정은영 옮김 / 생각의나무 발행ㆍ296쪽ㆍ1만4,000원
매일매일 반복되지만 또 하루하루 새로운 일이 생겨나는 우리의 24시간, 평범한 일상에는 어떤 과학적 사실들이 숨어 있을까.
상점에서 손쉽게 살 수 있는 아기 이유식에 돼지발, 오래된 토마토, 분필이 들어간다면. 아침마다 마시는 오렌지주스가 오렌지 껍질에서 짜낸 펄프워시와 니스 용제, 매니큐어 제거액, 식초 등을 섞어 만들어진다면 사람들이 선뜻 살 수 있을까.
‘24시간 가족 과학사’라는 부제가 붙은 <시크릿 패밀리> 는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하루 24시간의 일상에 고배율 현미경을 들이대고 낱낱이 분석한 책이다. 시크릿>
식구들이 곤히 잠든 새벽 시간에서 시작해 아침 식탁부터 저녁 잠자리까지 시ㆍ분 단위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이 책이 다루는 소재는 이유식, 담배, 냉장고, 칫솔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고 먹고 만질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것들. 그런데 그것들을 다루는 지은이의 관점과 서술방식이 흥미롭다.
이유식 첨가물의 성분이 무엇이고 그것들을 먹으면 어떻게 되는지, 엽록소가 우리 몸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냉장고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등 사물과 현상에 대한 과학적ㆍ역사적 지식과 문화적ㆍ사회적 이해를 ‘종합과학’이라는 측면에서 다룬다.
저자 데이비드 보더니스는 아인슈타인 전기 을 베스트셀러로 만든 후 <일렉트릭 유니버스> <마담 사이언티스트> 등을 통해 과학이론을 쉽고 재미있게 쓰는 이야기꾼으로 잘 알려진 작가다. 어려워 보이는 과학을 현실세계와 접목시켜 풀어내는 것이 그의 재능이다. 마담> 일렉트릭>
‘육중한 코뿔소의 목과 여덟 개의 다리를 가진 베개 진드기가 살갗을 게걸스럽게 먹는다. 베개를 세탁하지 않고 몇 년이 흐르면 베개 무게의 10%는 진드기의 무게가 될 것’이라는 것 등 끔찍하게 느껴지는 대목부터, 남녀가 호감을 느끼는 이유와 키스할 때 일어나는 신체적 변화에 대한 화학ㆍ생물학적 지식까지, 우리 일상의 다큐멘터리를 보여주는 것 같다.
‘어른이건 아이건 혹은 왼손잡이건 오른손잡이건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발길을 옮기는 강력한 본능 때문에 쇼핑몰 입구 오른쪽 가게의 자릿세가 가장 비싸다’ ‘식당에서는 실내 온도를 낮춰 손님들이 더 많이 먹게 한다’는 식의 심리적인 분석도 곳곳에서 책 읽는 재미를 더한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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