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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율려낙원국' 섬에 간 허생과 도적들은 잘먹고 잘 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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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율려낙원국' 섬에 간 허생과 도적들은 잘먹고 잘 살았을까

입력
2007.09.15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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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광 지음 / 예담 발행ㆍ전2권, 1권 256쪽 2권 264쪽ㆍ각 권 9,000원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 에 삽입된 ‘허생전’엔 백면서생 허생이 변씨에게 융통한 종잣돈으로 큰 돈을 번 뒤 변산의 도적들을 섬에 데려가 먹고 살 터전을 마련해 준다는 내용이 나온다. 소설가 김종광(36ㆍ사진)씨는 ‘섬에 간 허생과 도적들에게 이후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몹시 궁금해졌다.

그가 자신의 물음에 대해 기발한 상상력과 걸쭉한 입담으로 자답한 것이 장편소설 <율려낙원국> 이다. 통상적인 역사소설도, 팩션도 아닌 이 소설에 작가가 붙인 장르 이름은 ‘고전 패러디 리얼 판타지’.

충남 보령 출신의 김씨는 데뷔 때부터 김유정의 반어, 채만식의 풍자, 이문구의 능청스러운 입담을 두루 갖춘, ‘해학적 리얼리즘’의 적자로 지목받아 왔다. 김씨는 ‘도적 포획기’ ‘낙원 건설기’를 각각 부제로 단 이 두 권짜리 소설로 그 기대에 확실히 부응한다.

허생이 태안반도 남서쪽 어귀 안흥포에서 이 지역 최고 객주 이호영, 조선 최고의 뱃사공 유연기와 손잡고 변산의 도적 무리 6,000여 명을 생포해 율섬으로 건너가 ‘율려낙원국’을 꾸려나간다는 것이 줄거리. 김씨는 장기인 이야기 솜씨를 앞세워 다종한 인물과 상황을 능란하게 꿰어낸다.

읽는 재미만큼이나 작품에 담은 메시지가 만만치 않다. 일부일처, 일가구 일주택을 원칙 삼은 율려국에 태평성대가 오면서 출신성분 간에 갈등이 생기고, 나태한 관리와 향락에 도취된 백성이 늘어간다.

‘배부른 평등’에서 파생된 지리멸렬한 풍경 속에서 인간과 권력의 본질을 따져묻는 작가의 목소리가 또렷하다. 김씨는 “영웅 허생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영웅주의적 발상을 가진 허생과 그런 인물에게 휘둘린 군상이 있었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말한다.

이번 작품은 율려낙원국의 1771~2001년 역사를 풀어내겠다는 김씨의 기획의 첫걸음이다. 차기작 <홍장군 연대기> 엔 허생이 떠난 율려국에서 펼쳐지는 세 거두의 ‘삼국지적 투쟁’이 담길 것이라고 그는 귀띔한다. 김씨는 “앞으로 계속될 얘기에서 허생은 국가 창업자로서만 거론될 뿐 다시 등장할 일이 없을 것”이라며 “최소한 1년에 한 편씩, 15년 간 써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훈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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