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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300여명 최서남단 가거도에 디지털 영화관 문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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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300여명 최서남단 가거도에 디지털 영화관 문열어

입력
2007.09.15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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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신난다. 우리 섬에서도 영화를 볼 수 있다니….”

14일 오후 국토 최서남단 섬마을인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주민들은 이 마을에서 처음 맛보는 ‘이색 경험’을 앞두고 한껏 들떠 있었다. 국내 낙도지역 처음으로 현대식 영화관 ‘나눔의 관 1호점’이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멀티플렉스 체인 프리머스 시네마가 흑산면 가거도 출장소 2층에 마련한 이 영화관은 60석 규모다. 도회지 대형 멀티플렉스에 비하면 초라한 ‘미니 영화관’ 수준이다. 그러나 가거도 주민 570명에는 더할 나위 없이 넓기만 했다.

경사스러운 날이지만 하늘은 무심했다. 제11호 태풍 ‘나리’ 북상으로 마을 청년 30여명은 이날 새벽 어선과 함께 인근 흑산도로 대피하는 등 섬 전체는 어수선하기만 했다. 그러나 악천후도 주민들의 영화 관람 열기를 꺾지 못했다. 어린이와 노인 50여명은 강한 바람과 굵은 빗줄기에도 아랑곳 않고 영화관 앞으로 하나 둘 모였다.

개관을 장식한 영화는 미국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인 <슈렉2> . 개봉한지 3년이 지나 TV에서 수 차례 방영 됐던 영화다. 많이 본 영화임에도 못생긴 숲 속 괴물과 마음 착한 공주 이야기가 스크린을 채우자 주민들은 박수와 환호를 터뜨렸다. 김동진(7)군은 “영화 관람은 생전 처음인데 팝콘과 음료수까지 즐길 수 있어 너무 신난다”며 함박 웃음을 터트렸다.

<슈렉2> 에 이어 상영된 국내 영화 <이장과 군수> 는 어른들을 위한 선물이었다. 이장 임진욱(43)씨는 “13세 때 해군 홍보단의 반공영화를 본 이후 이 섬에서 두 번째 영화 관람”이라며 “도시처럼 영화관서 영화를 보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프리머스 시네마는 앞으로 이 영화관에서 최신 영화를 매달 2회 무료 상영할 계획이다. 낙도 지역 등 다른 문화 소외지역에 나눔의 관 2호점도 조만간 문을 열 예정이다. 김홍성(49) 프리머스 시네마 대표는 “도시인들의 1년 평균 영화관람 횟수가 3.5편인 점을 감안하면 섬 주민들에게는 풍족한 문화경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안=박경우 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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