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세계 5대 컬렉션으로 육성한다는 목표아래 의욕적으로 추진해오던 ‘통합 서울컬렉션’이 개막을 불과 한달 앞두고 파열음을 내고 있다. 서울패션아티스트협의회(SFAA)가 “관(官) 주도의 컬렉션엔 참여할 수 없다”며 11일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통합 서울컬렉션에는 SFAA외에도 대한복식디자이너협회(KFDA) 뉴웨이브인서울(NWS) 등 그룹과 개별활동 디자이너들이 참가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SFAA는 불참 이유로 “서울시가 디자이너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비전문가 집단을 총괄기획사로 선정한데다 남성복과 여성복을 구분해 행사를 치르는 것도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루비나 회장은 “최종 선정된 업체는 모토쇼 등을 해온 업체로 패션계에 생소해서 연출능력이 의심된다”며 “그룹 내부에서 서울컬렉션에 합류하면서 그룹의 정체성이 사라진다는 불만이 있었던 만큼 이번 기회에 따로 떨어져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입장은 다르다. 산업지원과 조인동 과장은 “해외 홍보와 바이어 초청부분을 강화하기위해 패션쇼 연출 뿐 아니라 홍보기획 능력이 있는 업체를 선발했고, 더욱이 업체 선발과정에 각 그룹 대표들이 모두 참석해 다수결로 뽑아놓고 이제 와서 불참의 빌미로 삼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총괄 기획사는 시네비스로 라인CC와 DCM 등 기존 패션쇼 연출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 주 열린 공개입찰에 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쟁에는 모델라인과 더모델스도 참가했으나 시네비스가 선발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스파의 불참 통보가 실상 총괄기획사의 문제라기 보다는 국내 최고 디자이너그룹 SFAA와 예산(가을에만 12억 5,000만원이 투여된다)을 들인 주최측인 서울시가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충돌이라고 해석한다. 기획사에 대한 불만을 무마하기위해 시가 ‘원하는 디자이너들은 경쟁에 떨어진 타 업체에게 연출을 맡겨도 좋다’고 한발 물러섰는 데도 스파가 불참 선언을 강행했다는 것이 근거다.
패션계 한 관계자는 “미진한 점이 있으나 서울시가 봄부터 10여 차례에 걸쳐 각 그룹 대표들과 운영회의를 갖는 등 패션계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공을 들인 것은 인정해야 한다”면서 “오히려 지나친 그룹주의로 인해 복종구분 등 여러 부분에서 시와 SFAA, 기타 그룹간 불협화가 계속 된 것이 문제의 발단”이라고 분석했다.
복종구분은 지난 봄 컬렉션에서 처음 시작한 것으로 당시에는 SFAA디자이너들이 남성복종 마지막과 여성복종 첫 순서로 배정되면서 표면적으로는 전체 SFAA쇼가 쭉 이어지는 효과를 냈다. 그러나 순번대로 돌리기로 한 규정에 따라 가을에는 SFAA의 남성복과 여성복 쇼가 날짜를 띄워서 열리게 된다.
불참 선언에 대해서는 그룹 내부에서도 진통이 꽤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몇몇 디자이너는 컬렉션 참가 의지를 밝혔으나 지도부가 “행동을 통일하라”며 불참을 종용했다고 한다.
결국 기득권을 요구하는 SFAA와 서울컬렉션을 통해 패션산업에 대한 의지를 과시하려는 서울시간의 불협화음이 통합 컬렉션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한 중견 디자이너는 “세계 패션계는 나는 데 국내 패션계는 그룹 이기주의와 부족한 행정력으로 인해 늪에서 기고 있는 꼴”이라며 “과연 한국패션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양보하고 무엇을 보태야 할 것인지 대승적 차원에서 생각하는 자세가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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