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가 신인 연예인과 전속 계약을 체결하면서 연예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노예계약’을 체결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13일 공정위에 따르면 SM엔터테인먼트는 2001년 10월 신인 탤런트였던 김지훈(사진)과 2개의 연예전속계약을 체결했다. 두 계약서에는 각각 ‘첫번째 음반 발매 후 5년째 되는 날 계약기간이 종료된다’ ‘조연급 이상으로 출연하는 첫번째 작품의 데뷔일로부터 5년째 되는 날 계약기간이 종료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계약 내용을 위반할 경우 두 계약서는 모두 ‘총투자액의 5배, 잔여계약기간 예상이익금의 3배, 별도 1억원’을 보상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연예기획사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음반 출시가 늦어질 경우 연예인이 불안정한 계약 상태에 놓이게 하고, ‘조연급 이상’이라는 불명확한 개념 역시 새로운 조건을 협상하거나 타기획사로 옮길 수 있는 기회를 잃게 하는 조항이라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또 계약조건을 어길 경우 손해배상을 규정한 내용도 통상 계약금 등의 2~3배를 배상액으로 하는 업계의 거래관행에 비춰볼 때 신인 연예인에게 지나치게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SM엔터테인먼트가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를 했다고 판단, 시정명령을 내렸다.
SM엔터테인먼트는 2002년 7월에도 전속계약 해지 시 과도한 손해배상 조건을 내걸어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바 있으며, 김지훈과는 계약해지를 놓고 소송 중이다. 김지훈은 KBS 주말드라마 ‘며느리 전성시대’에 출연중이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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