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처녀가 트렌디한 문화 콘텐츠의 중심에 있는 것은 한국의 일만은 아닌 모양이다. 뮤지컬계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최신작 <텔미 온 어 선데이> (2003)는 노처녀의 사랑이야기다. 여성 모노 뮤지컬로 사랑을 찾아 뉴욕에 온 영국 노처녀 데니스의 연애담을 담고 있다. 텔미>
다음달 1일 막을 올리는 이 작품의 한국 라이선스 공연은 두산아트센터의 개관작으로, 가수 바다와 뮤지컬 배우 김선영, 정선아가 트리플 캐스트로 돌아가며 출연한다.
각각 30대와 20대를 대표하는 대한민국 싱글로서 노처녀 데니스를 연기하는 뮤지컬계 톱스타 김선영(33)과 정선아(23)의 각오를 들어봤다.
■ 20대 싱글 VS 30대 싱글
무엇보다 사랑에 실패한 노처녀가 주인공이라는데 20대 초반의 정선아가 과연 관객의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을 지 궁금했다.
정선아는 “여자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면서 “나이에 관계 없이 여자라면 누구나 수많은 감정의 변화를 겪게 마련 아니냐”고 반문했다. “데니스는 20대 초반인 저보다도 순진한 것 같아서 별 걱정은 안 해요. 다만 연하남과의 데이트 부분은 제가 (김)선영 언니에게 밀리지 않을까 싶네요. 전 연하는 정말 싫거든요.”(웃음)
“서른만 넘어봐라. 연하가 얼마나 매력 있는데.(웃음) 하긴, 네 나이에 연하라면 스무 살이겠다. 그런데 요즘 같은 때에 노처녀라는 말은 없어져야 하는 것 아닌가?” (김선영)
“모든 이들이 결혼을 늦추니 노처녀란 없다”는 김선영과 “마흔 살은 넘어야 노처녀”라는 정선아. 대화 상으로는 두 배우 사이의 10년의 격차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김선영은 “20대와 30대라는 나이 차이가 아닌 두 배우의 캐릭터에 따른 개성 있는 데니스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배우라는 직업
지난 봄 제1회 더 뮤지컬 어워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김선영은 “즐기면서 연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마리아 마리아>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 등에서 주로 거친 캐릭터를 맡아 왔던 그녀의 이번 선택은 의외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여배우라면 누구나 꿈꾸는 극적인 캐릭터에 욕심 내다 보니 창녀 역할 전문이 됐다”고 농담을 건네는 여유를 보인 그는 “오랜만에 내 나이에 맞는 재미있는 작품을 하게 됐다”고 기뻐했다. 맨> 지킬> 마리아>
그는 승승장구하는 비결에 대해 “배우는 열심히 한다고 칭찬을 듣는 게 아니라 잘해야 돋보이는 직업”이라면서 “10시간 고민을 하기보다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연습하려고 애쓴다”고 말했다. 김선영이 대기만성형이라면 정선아는 열 아홉 살 때 <렌트> 의 주인공 미미를 맡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신데렐라다. 렌트>
그는 “개성있는 조연을 하고 싶다”는 예상 밖의 연기 철학을 밝혔다. “주ㆍ조연을 가리기보다는 관객과 함께 한다는 각오로 무대에 서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번에도 꾸밈 없이 밝은 제 캐릭터를 살려 ‘정선아식 데니스’를 만들어 갈 계획입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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