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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민주신당 경선주자 5인 인터뷰] <5> 한명숙 前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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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민주신당 경선주자 5인 인터뷰] <5> 한명숙 前 총리

입력
2007.09.14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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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여론은 괜찮은데 선거인단에서 약세다. 만회할 복안이 있나.

"예비경선에서 1인2표제를 하다 보니 소위 짝짓기 조합이 이뤄졌다. 정확한 민심 반영으로 볼 수 없다. 역대 대선에서 대세론으로 이긴 적이 없다. 선거는 역전 드라마가 있어 묘미가 있다. 나는 역전 드라마를 찍을, 국민을 감동시킬 비전과 리더십을 갖고 있다. 지금 순위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래도 친노 후보를 단일화해야 승산이 있는 것 아닌가.

"나는 친노 후보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친노 후보라는 것은 한 사람에 대한 친소관계를 갖고 정략적으로 만들어진 단어다. 나는 스스로를 상대적으로 정통성 있는 민주개혁후보라고 말한다."

-자신이 그렇다면 손학규 전 경기지사,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어떤가.

"그들은 정통성 면에서 2% 부족하다."

-어쨌든 친노 후보 단일화는 가능한가.

"지지층이 겹치는 후보들이 단일화로 강력한 후보를 내세우고 역전의 계기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한 상태다. 캠프간 물밑 대화가 진행 중이다. 반반 정도의 가능성이 있다."

-왜 자신이 단일후보가 돼야 하나.

"조사를 해보면 나는 세대별로 고른 지지를 받는다. 어느 지역 사람을 만나나 거부감이 별로 없다. 호감도가 높다. 제가 낚을 수 있는 어장이 넓다는 의미다. 그리고 나의 미래 비전인 대륙경제, 평화경제, 창조경제, 행복경제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대립점에 서 있다."

-그러면 이해찬 전 총리나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에 대해선 거부감이 많다는 얘긴가.

"굳이 말하지 않겠다." (웃음)

-유 전 장관은 초반 4연전을 치르고 단일화를 논의하자는데.

"그것은 단일화가 아니다. 경선에서 진 사람이 중도 탈락하는 것일 뿐이다. 탈락하는 사람의 표는 사표가 된다. 자기가 지지하던 사람이 점수가 낮다고 중도탈락하면 그 지지 세력이 다른 후보에게 쉽게 모일 수 있겠느냐."

-후보 단일화가 결렬돼도 완주하는 건가.

"그렇다. 완주할 것이다."

-참여정부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정책노선이나 비전은 일정 정도 계승해야 한다. 하지만 민생이나 국민과의 소통 문제에서는 한계가 드러났다. 다음 정부에서 발전시킬 부분은 발전시키겠지만 정치 스타일이나 리더십에서는 노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을 계승할 생각이 없다. 내 리더십으로 한명숙의 시대를 열어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겠다."

-이 부분에서도 이 전 총리, 유 전 장관과 차이가 있다.

"각자 차별성이 있는데 언론에서 처음부터 친노라는 틀 속에 가두다 보니 관행으로 그렇게 (친노 후보라고 부르게) 된 것 같다."

-본인의 정치적 컬러가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은 것 같다.

"내 컬러 자체가 기존 남성 정치인의 정치 리더십과는 상반되기 때문이다. 이명박 후보만 봐도 경제성장 만능주의, 독선과 아집의 리더십이 추진력으로 오인되고 있다. 20세기까지는 그런 남성적 리더십이 통했지만 21세기는 섬세하고 따뜻하며 통합으로 묶어낼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나의 리더십이 조명 받지 못했다."

-그런 점을 설파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게 아닌가.

"사실 4, 5년 동안 대선을 준비한 사람에 비해서는 너무 늦게 출발했다. 그런데 4, 5년 준비한 사람과 2, 3개월 준비한 사람의 지지도 차이가 별로 없다는 게 희망적이라는 것이다."

-총리 재임 기간 노무현 대통령과 궁합은 잘 맞았나.

"노 대통령과 일을 잘했다. 기본적 정책 방향과 맥은 같았다. 하지만 각론에서 내가 방향을 틀었거나 조언을 했던 사안이 여러 개 있다.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 사퇴 때도 악역을 했고, 미군기지 평택 이전 건은 대통령을 설득해 대화로 풀었다. 장항 산업단지 문제도 방향을 틀었다. 대통령에게 '국민 속으로 가까이 들어가십시오'라는 조언도 많이 했다. 현장에 많이 가면 국정운영에 보탬이 된다는 말씀도 했지만, 부분적으로만 수용됐다."

-대통령과 생각이 다를 때는 어떻게 했나.

"대통령이 소리를 지른 적도 있지만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굽히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나라 발전에 좋은 정책이라고 하면 비판에도 불구하고 뚝심 있게 밀고 나갔다. 대통령에게 말한 게 논리적이면 흔쾌히 수용됐다. 그러나 대안 없이 비판하고, 훈수하는 데는 부정적이었다."

-총리 재임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내가 있었던 1년 사이 위기 상황이 가장 많이 발생했다. 사행성 게임 때문에 나라가 뒤집히는 줄 알았고 부동산 폭등, 북핵 실험, 홍수, 조류 인플루엔자 등 끊임 없는 위기가 닥쳤다. 하지만 그 때마다 치열하게 대화하고 현장을 누볐다. '한 총리가 총리 할 때 가장 편안했다, 안정적이었다'는 평가를 들은 게 내 힘이다."

-노 대통령이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문제로 망신을 당했다. 어떻게 풀어야 하나.

"나는 일단, (한숨) 변 전 실장 건은 참 암담하다. 공직자는 실수도 할 수 있고, 잘하는 일도 못하는 일도 있다. 그러나 거짓말은 안 된다. 검찰에서 성역 없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노 대통령이 "(비리 의혹) 깜도 안 된다"고 말해 된서리를 맞고 있는데.

"대통령은 같이 일하는 사람을 믿었고 그렇게 됐을 거라 상상을 못해 자신 있게 말했을 거라 생각하지만…."

-손학규 전 지사는 한나라당에서 왔는데 후보가 돼도 승복할 것인가.

"물론이다. 국민이 선택하면 최선을 다해 도와야 한다. 손 전 지사와 오랜 인연이 있다. 그러나 본선 경쟁력이 없다는 점은 문제라고 본다."

-이명박 후보가 멀찍이 앞서고 있고, 경제 화두를 선점하고 있다.

"1대1 구도가 되면 힘은 집결된다. 그리고 이 후보가 내건 정책이 얼마나 허수인가. 역사 사회관도 상당히 천박하다. 도덕성도 지저분하다. 이런 부분이 밝혀지면 국민의 인내에 한계가 오고 무너질 것이다."

-이명박 후보는 하자가 있다고 하면서, 왜 신당이 정권을 재창출해야 하는지는 설명이 부족한 느낌이다.

"성장과 복지의 선 순환으로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하고, 남북문제를 정말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 후보의 냉전적 사고방식으로 인해 지금까지 이룩한 남북관계가 무너질 것이다. 대운하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도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남북 대륙경제를 통해 상상도 할 수 없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진짜 경제도 살리고 복지국가도 만들고 선진적인 나라를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집권해야 한다."

-자신 만의 정책과 비전은 무엇인가.

"교육을 혁신해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고 육성하는 게 내가 내세우는 창조경제의 기반이다. 또 복지 패러다임을 전환해 선진복지강국을 이루겠다. 일자리 주택 교육 건강 노후 등 다섯 가지 불안을 해소하는 게 선결과제다. 나도 국회의원을 그만두면 뭘 해먹고 살까 고민한다. 서민에서 중산층으로 왔다갔다하는 사람이다. 이런 걱정은 가난한 사람만이 아니라 95%의 국민에게 해당된다. 해고 노동자도 실업수당과 교육으로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하고 집 없는 사람도 불안하지 않게 할 것이다. 새로운 개념의 선진 복지국가로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고 국가 전체의 성장 동력도 높일 것이다. 또 만 4세에서 고등교육까지 단계적으로 무상교육을 확대하고 대학 등록금 후불제를 도입해 교육 불안도 해소할 것이다."

■ 한명숙 前 총리 "첫 여성대통령 도전해보니 벽 투터워"

한명숙 전 총리는 인터뷰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 예상 밖의 평가를 했다. 그는 “박 전 대표와는 정책과 역사관에서 대척점에 서 있지만, 그가 경선에서 보여준 자세는 ‘여성의 리더십도 수권능력이 있구나’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호평했다. 경선결과에 깨끗이 승복함으로써 정치발전에 좋은 선례를 남겼다는 뜻으로 들렸다. 그리고 자신도 그런 여성의 능력을 보여주겠다는 다짐이기도 했다.

한 전 총리는 “첫 여성대통령에 도전해보니 벽이 두텁다”고 토로했다. “여성에 대한 유리천장도 많이 느낀다”고도 했다. 그는 “초대 여성부 장관, 초대 여성 총리 등 ‘첫’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살았지만 ‘대독총리’ ‘얼굴마담’ 이라는 말을 들을 때는 힘이 들었다고 했다. 지금은 “ ‘여성대통령은 시기상조 아니냐’는 편견이 내 앞 길에 장애물로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21세기에 필요한 것은 불도저 같은 추진력보다는 여성성이 가미된 화합의 리더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평화 생명 포용의 따뜻한 리더십을 약하다고 하는데 이게 진짜 강한 리더십이다. 섬세하고 부드러우면서 직관과 상상력이 강한 여성성, 소통과 화합의 새 리더십으로 나라를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평양 출신에서 남하한 이산가족으로, 독재정권에서 민주화운동을 하며 살았다.

수난의 현대사에서 단련된 리더십이다. 어떤 후보와 맞대결해도 강인함에서 뒤지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한 전 총리는 “한나라당에서 여성후보가 나왔다면 이쪽은 남성이 나가는 게 맞지만, 이명박 후보에 맞서려면 정체성과 성향이 완전히 다른 내가 나가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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