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남부의 정전(停戰)을 감시하기 위해 유엔평화유지군(UNIFIL)으로 파병된 한국군 동명부대가 11일 감시ㆍ정찰활동 개시 한 달을 맞았다. 일부 무장세력의 유엔군 테러가 현실인 ‘전장’(戰場)을 부대 파병 이후 처음으로 찾아 정찰 장갑차에 동승, 시가지 등을 둘러봤다.
“제대 작전 장비 점검!”
10일 오전9시 레바논 남부 티르(Tyre)시 중심에서 북동쪽으로 3㎞ 떨어진 동명부대 주둔지. 9공수 특전여단 52대대 1중대장 문영신 소령의 구령에 따라 감시정찰병들이 바이퍼 쌍안경과 비디오 카메라, 11.7㎜탄과 K6 기관총탄 등 장갑차 탑재 정비를 살핀다.
한여름은 지났지만 햇살 따갑고 건조한 전형적인 지중해 날씨다. 바닷바람에 연병장의 새하얀 석회질 흙먼지가 이따금 대기 중을 떠돈다.
7월 19일 본대가 파병된 350여 명의 동명부대 장병이 자리 잡은 티르는 53개의 작은 시들이 모인 일종의 광역시다. 대표적 물류항구도시이자 관광지인 이곳은 UNIFIL 서부여단 관할 지역에 속한다. UNIFIL 역사가 30년에 가까워 동명부대 인근에는 이탈리아와 터키, 중국군의 대대급 본부가 먼저 자리를 잡았다.
유엔안보리 결의안 1701호에 따른 UNIFIL의 임무는 지난해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이 동의한 휴전 상황을 감시하고 무기 유입 등을 차단해 무력 분쟁을 막는 것이다. 감시정찰은 핵심 임무다.
이날은 국산 차륜형 장갑차인 바라쿠다 2대가 정찰에 나섰다. 정찰은 인솔 차량을 앞세워 9시10분 시작했다. 동쪽 고지대인 압바시아 마을 등을 거쳐 주둔지로 돌아오는 2시간 코스다.
앞자리에는 운전병과 팀장급 장교가, 뒤에는 작전 담당 부사관과 화기, 통신, 의무, 통역 등 특기병들이 정위치했다. 정원은 11명이다. 병력은 시속 20여㎞로 움직이며 차량들과 지형지물의 변화, 주민 동태 등을 관찰한다.
“간판이 바뀌었다. 전방 50m 지점 좌측에 구형 벤츠가 정차해 있다.”
앞자리의 3팀장 김인섭 대위는 어제와 달라진 거리 모습을 쉼 없이 보고했다. 다른 병사들도 새로 건물을 짓는다든지 현수막이 바뀌었다든지, 사람이 많이 모였다든지 하는 상황을 파악해 보고서 형태로 정리한다.
과격 무장세력의 무기 반입이 의심되는 차량 감시는 필수다. 레바논 정부군이 제공한 리스트를 외고 있는 정찰병은 해당 차량이 보이면 즉시 본부에 보고하고, 이는 레바논 정부군에 전달된다. 지난 달 11일 이탈리아 1대대에게서 작전권을 넘겨 받은 뒤 한달 동안 이런 차량을 2대 발견했다.
“주둔 기간이 얼마되지 않지만 주민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있다”는 장병들의 설명처럼 장갑차를 향해 손 흔드는 주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레바논 남부는 중동 최대의 ‘무장(武裝) 정당’ 헤즈볼라의 거점이지만 티르의 경우 온건한 아말파가 시장을 맡고 있는 데다 주민들이 유엔군 활동에 익숙해진 탓이다.
안심은 금물이다. 최근 이스라엘 유ㆍ무인 정찰기의 영공 침범이 늘고 있고 레바논 내 테러 첩보도 증가 추세다. 유엔군을 이스라엘이나 미군과 동일시하는 무장세력들의 테러는 현실이다. 6월에는 스페인 장갑차가 차량폭탄 테러를 당해 6명이 숨졌다.
7월 16일에는 동명부대 선발대와 물자 수송을 위해 만나기로 했던 탄자니아군 장갑차가 동명부대 작전 지역인 리타니강 인근에서 폭탄 테러를 당해 부상했다. 한국군도 테러의 표적인 셈이다.
티르=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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