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 제도 개선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내놓은 ‘특목고 개선방안’을 통해 “외고를 특성화학교로 전환시키고 주기적인 점검으로 재지정 여부를 평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자, 외고측은 “외고를 강제로 문닫게 하겠다는 발상”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유독 외고가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이유는 과학고 등 다른 특목고에 비해 동일계열 진학률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과학고생의 경우 70% 이상 이공계열로 진학하지만 외고생들의 어문계열 진학률은 30%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원측은 12일 열린 특목고 제도 개선 관련 공청회에서 “선발효과만 있을 뿐 정작 외고의 교육효과는 거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외고가 ‘어학인재 양성’이라는 교육 목표를 달성하기는커녕 명문대 진학을 위한 입시학원으로 전락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외고측은 “교육부가 실상을 잘못 파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육부가 외고 설립 초기 외고생들에게 부여하던 동일계열 진학시 비교 내신제 적용 조항을 특혜 논란이 일자 폐지한 이후 유인책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외고생들의 저조한 동일계열 진학은 교육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의미다.
서울 A외고 교장은 “설령 외고를 특성화고로 전환하더라도 동일계열 진학률은 크게 높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미 외고 졸업생 수가 어문계열 대학 정원을 초과한 상황에서 특성화고 지정은 되레 경쟁률 상승을 불러와 외고 지망생 수만 줄이는 부작용을 낼 뿐이라는 주장이다.
외고측은 KEDI 연구의 비교 방식을 집중 비난하고 나섰다. 서울 B외고 교감은 “외고 특성상 외국어 교육 이수단위는 일반고보다 4배 가량 많지만 총 수업 단위는 일반계고와 같다”며 “당연히 국어 수업 시간이 적을 수밖에 없는 데도 국어 성적을 기준으로 수업성취도를 평가하는 것을 공정한 룰이라고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외고를 없애 사교육을 잡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서도 “순진한 발상”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 C외고 교장은 “외고가 사라지면 외고를 대신해 명문대생을 많이 배출하는 학교로 수요가 몰리게 된다”며 “현재의 사교육 문제가 고착화 한 입시 위주의 교육 체제에 있는 데도 모든 책임을 외고에 떠넘기는 것은 교육부의 책임 회피”라고 지적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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