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균(58)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정아(35)씨 비호 의혹 사건을 놓고 검찰과 법원의 영장 갈등이 다시 증폭되고 있다.
변 전 실장 자택과 임시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이 기각하자 “법원 때문에 수사가 더 어려워져 피의자만 득을 보고 있다”는 검찰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서울서부지검은 사건 핵심 인물인 변 전 실장의 경기 과천 자택과 임시주거지인 서울 수송동 서머셋 레지던스 호텔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서울서부지법은 11일 “개인 사생활 보호 및 신씨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미 이뤄진 점을 고려할 때 압수수색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가뜩이나 ‘늑장수사’논란에 휘말려 있던 검찰은 변 전 실장을 소환도 하기 전에 ‘수사의 ABC’인 압수수색에서 막히자 부글부글 끓는 모습이다. 구본민 서울서부지검 차장검사는 13일 브리핑에서 “실체 규명에 꼭 필요한 물증 확보에 차질이 빚어졌다”며 “다시 영장을 청구해 발부 받아도 (이미 증거인멸이 돼) 소득이 없을 수 있어 검찰만 곤경에 처하게 됐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검찰은 이날 고려했던 변 전 실장 소환을 잠정 연기했다.
검찰의 한 간부는 “사생활 보호라는 기각 사유는 납득이 안 된다”며 “고위층 눈치보기는 검찰이 아니라 법원 아니냐”고 비난했다.
법원과 검찰의 영장 갈등은 계속 악화하는 상황이다. 올 5월 JU그룹 불법로비 의혹,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건에서는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이 아닌 수색영장만 발부하는 초유의 상황이 있었다. 검찰에서는 “피의자 집에 가서 살펴보기만 하고 증거물들은 다 놔두고 오란 말이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7, 8월에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주민초본 부정 발급을 지시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캠프측 홍윤식씨, 이 후보 선거 사조직인 ‘희망세상 21’ 회장과 사무총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두 차례나 기각됐다. 검찰은 “법원도 혐의 대부분을 인정하는데 기각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반발했다.
이 때문에 검찰에서는 “법원이 영장을 발부, 기각하는 기준을 모르겠다”“수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불만이 팽배해 있다. 지난해 검찰의 조관행 서울고법 부장판사 수사에 대한 보복이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그러나 법원 측은 ‘터무니 없다’는 입장이다.
한 부장급 판사는 “수사 과정에서 인권을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는 법원”이라며 “구체적 범죄 혐의를 대지 못한 채 ‘수사상 필요’라는 이유만으로 피의자 주변 일체를 뒤지겠다고 청구한 영장을 모두 발부해 줄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현재 법ㆍ검 영장 갈등은 후폭풍 기미마저 보이고 있다. 검찰은 8월 중순 법원에 “그 동안 검찰이 제출하던 ‘법원 내부용 영장초안’을 앞으로는 법원이 직접 작성하고, 영장 및 수사기록도 심리가 끝난 뒤 법원이 직접 검찰에 갖다 달라”고 공문을 보냈다.
그리고 법원 역시 최근 검찰에 “서울중앙지법에 공판 담당 검사 들이 상주하는 사무실을 조속히 비워달라”고 요구했다.‘법원 공간 부족’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검찰에 대한 반격이라는 평도 나온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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