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시장의 자금줄이 꽁꽁 얼어붙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여파로 신용경색이 점점 더 악화되는 탓이다.
국제시장에서 기준금리가 되는 리보(Libor=런던은행간 금리)도,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시장 가산금리도 연일 치솟고 있다. 특히 신규로 중장기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는 부르는 게 값이다. 사실상 자금조달의 길이 차단된 것이나 다름 없다.
그런데 10월 이후엔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재점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국내금융기관 및 기업들의 자금조달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고, 자칫 실물경기 전체까지 악영향이 우려된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미국시장에서 리보 3개월물은 12일(미국 시간) 5.70%를 기록했다. 연초 저점(5.33%)과 비교하면 0.37%포인트나 상승한 수준이다. 영국 시장에선 3개월 리보가 지난 11일 6.90%를 기록, 1998년 헤지펀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사태 이후 10년내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해외에서 돈을 빌릴 때 금리는 ‘리보+가산금리’ 형태로 정해지기 때문에, 리보의 상승은 그 자체가 자금조달비용의 증가로 나타난다.
여기에 신흥시장 가산금리도 치솟으면서 국내 은행이나 기업들은 해외 자금 조달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본격화되기 전인 7월 중순과 비교할 때 가산금리 수준은 0.3%포인트 가량 높아졌다. 리보 상승분과 가산금리 상승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판이다. 해외차입이 많은 국내 대기업들은 이미 비상점검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그나마 단기 자금 조달, 또는 기존 채권의 만기시 차환(재대출) 발행은 금리를 조금 더 얹어주면 그만이지만, 중장기 채권발행은 아예 엄두도 내지 못할 형편이다. 한국은행 안병찬 국제금융국장은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달러를 가지고 있는 곳에서 장기로 자금을 빌려주려고 하지 않는다”며 “가격형성 자체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물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8일 예정된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하를 단행할 경우, 신용경색이 다소는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다.
하지만 관건은 지금부터다. 2005년말 집중적으로 늘어났던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고정금리만기(2년)가 10월 이후 무더기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상당수는 2년간 낮은 고정금리를 적용한 뒤 변동금리로 전환할 수 있도록 설계됐는데, 바로 그 변동금리 전환시점이 10월 이후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이미 금리가 오를 만큼 오른 상태이기 때문에, 대출금리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연구원 하준경 연구위원은 “상당수 모기지 업체들이 초기 2년간 낮은 고정금리를 미끼로 서브프라임 대출을 해줬기 때문에 변동금리 전환 시 3%포인트 이상 높은 금리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12조원에 육박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연체와 부실이 가속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자금조달애로와 금융비용상승으로 기업부담은 늘어나고, 연쇄적인 주식시장 불안으로 소비심리는 다시 악화될 소지가 있다. 간신히 회복기조에 접어든 국내경기도 이 여파를 비껴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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