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누가, 왜?”
13일 공개된 신정아씨의 누드 사진을 둘러싸고 누가 언제 무슨 이유로 사진을 촬영했으며, 어떤 경로로 사진이 유출됐는지에 대한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신씨의 남자관계를 둘러싼 온갖 설(說)이 파다하던 터에 불거져 나온 나체사진으로 인해 막연하게만 떠돌던 신씨의 ‘성(性) 로비’ 실재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사진을 공개한 문화일보에 따르면 사진은 신씨와 애정관계에 있던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아닌 ‘문화계 유력인사의 집’에서 발견됐다. 사진을 찍은 곳은 바닥 재질이나 화집, 도록처럼 부피가 큰 책들이 책꽂이에 주로 꽂혀 있는 것 등으로 미루어 일반 가정집이 아닌 미술 작가들의 작업실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사진 속에서 신씨는 차렷 자세를 취한 채 활짝 웃고 있어 자발적으로 촬영에 임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성곡미술관 재직 초기와 비슷한 짧은 커트 모양의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어 그 무렵 촬영됐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누드사진 촬영이 반드시 성관계를 암시한다고 볼 수는 없다. 설령 ‘성(性) 로비’가 사실이라고 해도 평소 명품 정장에 단정한 이미지로 고위인사들과의 인맥을 관리해온 신씨가 왜 누드 촬영이라는 위험천만한 행동을 했는지 의문이다. 신씨는 미술계 원로들로부터 “며느리 삼고 싶다”는 말을 자주 들었을 정도로 고급스럽고 단아한 이미지를 구축하려 노력해왔다.
사진이 유출된 경위도 석연치 않다. 신씨와 과거 가깝게 지냈던 원로화가가 변 전 실장과의 애정행각에 배신감을 느껴 사진을 유출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일고 있지만, 그렇더라도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파면서까지 사진을 공개할 가능성이 있겠냐는 것이다.
사진 공개 직후 사진 유출자로 지목된 원로화가 A씨는 “신씨는 신문에서 보고 처음 알게 된 인물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사이”라며 “몸이 불편해 거동도 자유롭지 못한데 어떻게 누드 사진을 찍겠냐”고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평소 누드화를 그릴 때에도 모델을 보고 직접 데생을 하지 사진을 찍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신씨와 불륜 관계에 있다고 소문이 난 30대의 젊은 조각가도 “너무 황당해서 자세히 설명하고 싶지도 않다”면서 “그룹 기획전 때 두 차례 함께 일한 적은 있지만 아는 사이라고 해서 사귀는 것은 아니지 않냐”며 사진 촬영을 부인했다.
신씨가 평소 미술계 원로작가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온 점으로 미루어 이들의 작품 모델로 활동했었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 3년 전 한 원로 사진작가의 작품에 신씨의 얼굴 사진이 사용된 적이 있다. 그러나 신씨는 자신의 사진이 사용된 콜라주 작품을 보고 불 같이 화를 내며 사진을 수거해갔다.
당시 전시를 개최했던 화랑의 전 관계자는 “사진 합성 작업으로 유명한 작가가 유명인사들과 주변인물들의 얼굴을 오려 합성한 작품이었는데, 오프닝 전에 미리 와서 본 신씨가 화를 내며 작품에 붙어 있는 자신의 사진을 떼간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 화랑 대표는 “작가들이 누드화를 그리기 위해 누드사진을 찍어두는 경우는 아주 흔하다”며 “조악한 사진 수준으로 봐서 신씨가 평소 친하게 지내던 작가의 누드화 모델로 섰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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