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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속으로…메신저로…은행이 들어온다

입력
2007.09.13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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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던 나뱅킹(가명)씨. 긴급히 50만원을 송금해 달라는 직장 동료의 부탁을 받고 셋톱박스에 공인인증서가 저장된 USB를 꼽는다. 리모콘으로 시청하던 프로그램을 종료하고 금융 폴더를 선택하자, TV 화면에 은행 거래 화면이 뜬다. 자동입출금기(ATM)에서 돈을 이체하듯 몇번 리모콘을 조작하자 50만원 송금 끝. 나씨는 별 일 없었다는 듯 다시 TV를 시청한다.

은행이 다양한 매체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컴퓨터, 휴대폰에 이어 최근에는 TV와 메신저 에 이르기까지 금융 거래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인터넷 뱅킹이나 모바일 뱅킹이 성공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 하던 때가 불과 몇 년밖에 되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진화다.

TV뱅킹의 확산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올해 7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도입한 이후 최근 기업은행까지 가세했다. 지난해 9월부터 케이블TV를 이용한 TV뱅킹을 제공하고 있는 국민은행은 내년 초 인터넷을 이용한 TV뱅킹 서비스를 상용화할 예정이다. 하나은행도 케이블TV를 이용한 TV뱅킹 서비스 개발을 완료하고 11월부터 서비스를 개시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ㆍ우리ㆍ기업은행이 도입한 TV뱅킹 방식은 인터넷 TV로 불리는 ‘IP-TV(Internet Procotol TV)’라는 초고속 인터넷망을 이용하는 것이다. 텔레비전에서 다양한 양방향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기업은행의 경우 KT와 제휴를 맺고 ‘메가 TV’를 통해 계좌조회 및 이체, 신용카드, 대출, 외환 등 다양한 은행 업무를 TV 화면에서 처리할 수 있다.

현재 국민은행처럼 케이블TV나 위성TV를 이용하는 방식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기술적인 면에서나 지역적인 제한이 많은 게 단점이다.

TV뱅킹의 가장 큰 장점은 편리성이다. 굳이 컴퓨터를 부팅하는 등 번거로운 절차 없이 공인인증서가 담겨 있는 USB만 있으면 리모콘 조작 만으로 각종 은행 거래가 가능하다. 직장인들보다는 거실의 TV 앞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은 주부들에게 더 유용하다. 앞으로는 리모콘 대신 터치스크린 방식 등이 도입될 전망이어서 편리성에서도 다른 매체를 능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주목 받는 또 다른 뱅킹이 ‘메신저 뱅킹’이다. 젊은층이나 직장인들의 메신저 이용이 크게 늘고 있는 데서 착안 한 것인데 소액 거래에 적합한 미니 은행이라고 보면 적합하다.

신한은행이 5월 출시한 ‘네이트온 미니뱅크 서비스’는 네이트온 메신저에 접속해 50만원 한도 내에서 송금이나 결제가 가능하다. 온라인 소액 거래가 늘어나는 추세에 맞춘 것이다. 송금 거래 수수료도 200~500원으로 인터넷뱅킹보다 저렴하다. 이용 방법도 간단해 네이트온 메신저에 로그인한 뒤 미니뱅크 서비스에 가입하고 가상계좌를 발급 받으면 된다.

‘휴대폰 속 은행’인 모바일 뱅킹도 점차 진화하는 추세다. 우리은행이 선보이고 있는 ‘VM(Virtual Machine) 모바일뱅킹’은 특수 칩을 장착하지 않아도 휴대전화로 프로그램을 내려 받기만 하면 각종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칩 내부의 보안시스템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거래 속도도 두 배 가량 빨라졌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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