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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기막힌 대통령의 분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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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기막힌 대통령의 분별력

입력
2007.09.13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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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춘추관에서 11일 오전 열린 노무현 대통령의 기자간담회는 숙연한 분위기에서 출발했다. 노 대통령이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의혹에 대해 “깜도 안 된다”고 큰소리 쳤다가 낭패를 봤으니 청와대 관계자들은 물론 출입기자들도 “대통령의 마음이 얼마나 민망할까”라는 안타까움을 갖고 있었다.

노 대통령은 처음엔 멋적은 표정으로 차분히 답변했다. 변 전 실장 사건에 대한 질문에 “난감하고 할말이 없다. 무척 힘들다”며 나지막한 한숨을 내쉴 땐 분위기가 더욱 무거워졌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30분을 넘지 못했다. 대선 등 정치현안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주자를 ‘기회주의자’ 등으로 몰아붙이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여권 후보들이) 나와 각을 세우는 것은 졸렬한 선거전략”이라며 “나에게는 상당수의 충성스러운 사람들이 있다. 지난 대선 때 몇 표 차이였느냐”고 사실상의 협박을 했다. 또 “(이명박 후보에 대한 고소는) 정당한 법 집행인데 대통합민주신당이 이상한 논평을 내놓았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대북 관계에서 국가지도자는 통찰력과 예견능력이 중요하다. 나는 일관되고 정확하게 예측해 왔다”는 자찬으로 간담회를 끝냈다.

이어 오후 경제인 간담회에선 “남북화해무드에 편승하려는 것은 유치한 정치 행태인데 반성도 하지 않느냐”고 이명박 후보를 공격했다.

그날은 변 전 실장의 거짓말에 놀아난 노 대통령과 청와대가 여론의 질타를 받은 날이다. 망신을 당한 대통령의 경솔한 언행이 또 다시 도마에 올랐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분위기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정치 얘기에 열을 올리면서 ‘10일 앞도 내다보지 못했던’ 자신의 통찰력을 자랑하기까지 했다. 기가 막힌 대통령의 분별력이다.

염영남 정치부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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