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정아씨 비호의혹 수사는 동국대 교수 및 광주비엔날레 감독 임명, 성곡미술관 후원자 유치 과정의 외압 여부 등 세 갈래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변 전 실장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진도를 나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사의 핵심인 변 실장의 임시숙소 및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돼 수사가 난관에 봉착하자 늑장수사 논란이 일고있다.
검찰은 홍기삼 전 동국대 총장과 장윤 스님 등을 잇따라 조사하면서 변 전 실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입증할 구체적인 진술을 상당 부분 확보했다. 검찰은 특히 홍 전 총장으로부터 신씨를 동국대 교수로 임용할 때 변 전 실장이 신씨를 추천했다는 진술까지 받아낸 상태다. 12일에는 한갑수 전 광주비엔날레 이사장을 소환해 신씨의 광주비엔날레 감독 선임 과정에서 변 전 실장이 개입했는지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또 신씨가 학예실장으로 일하던 성곡미술관의 대기업 후원 과정에 변 전 실장이 외압을 행사했는지를 밝혀내기 위해 이번 주부터 미술관과 기업 관계자를 무더기로 소환 조사하고 있다.
수사의 핵심인 변 전 실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밝혀내기 위해 핵심 참고인 3인 방에 대한 조사를 모두 마친 셈이다. 이제 남은 것은 변 전 실장을 소환하는 수순 뿐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도 “신씨의 이메일을 확보하는 순간, 변 전 실장을 직권남용으로 처리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서부지검도 10일 변 전 실장과 신씨의 부적절한 관계를 밝히면서 직권남용 가능성을 강력 시사했다.
그러던 검찰이 갑자기 12일 수사에 애로가 있다며 발을 빼기 시작했다. 구본민 서울서부지검 차장검사는 “관련자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변 전 실장이 (신씨의 허위학력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검찰이 청구한 변 전 실장의 임시숙소와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마저 기각됐다. 법원은 ‘신씨로부터 변 전 실장과의 관계를 밝히는 관련자료를 압수한 마당에 추가로 압수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영장재청구 방침을 밝히고 있지만 수사가 난관에 봉착한 셈이다.
이와 관련, 검찰이 애당초 늑장을 부렸다는 지적이 일고있다. 검찰은 7월 23일 동국대의 고발로 신씨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지만 신씨의 집과 성곡미술관 사무실은 고발한 지 40일 이상 지난 이 달 4일과 10일에야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이 대목에선 검찰 관계자들 조차 “초기 상황판단이 미숙했다”고 자인하고 있다. 더구나 검찰은 4일 신씨 집에 대한 압수수색을 끝내고도 이 시간의 핵심인 변 전 실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10일까지 미뤘다. 서초동 법조타운에서는 “수사의 ABC도 모르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홍 전 총장 등 사건의 핵심 관계자들이 ‘변 전 실장도 까맣게 속은 것 같다’고 진술한 대목에 대해서는 “신씨를 임용하는 대가를 제공받았을지도 모르는 참고인들이 진실을 밝히겠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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