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전격적인 사퇴 표명으로 일본 열도가 충격에 빠졌다. 참의원 선거 참패 후 강한 사퇴 압력에 버텨온 아베 총리가 10일 개막한 임시국회에서 총리 소신 표명을 한 지 이틀만에 ‘깜짝 사퇴’ 표명을 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왜 사퇴했나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테러와의 전쟁’의 수행과 개혁 등 공들여 추진한 ‘아름다운 나라 만들기‘ 정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가 곤란해졌기 때문에 사퇴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특히 11월 1일 기한이 끝나는 테러대책특별조치법의 연장이 어려워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것이 위협을 받게 된 상황이 사퇴 결심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사퇴는 민주당과 대표 회담이 이뤄지지 못한 상황에서 결정했다”며 화살을 민주당으로 돌리기도 했다.
그러나 퇴임을 내건 마지막 승부수에 야당은 물론 국민들의 비판이 빗발쳤다. 사퇴 압력을 거부하고 국회 총리소신 표명 연설까지 마친 후 여야당 대표 질문을 앞둔 총리가 무책임하게 사표를 내던졌다는 것이다.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대표는 “40년 정치 생활을 하면서 총리가 이런 식으로 관두는 것은 처음 봤다”며 아베 총리를 비판했다. 국민들로부터는 정권 내부의 난막상에 대해 적시에 대응하지 못한 아베 총리가 “물러나는 타이밍도 엉망으로 선택했다”는 비아냥도 나왔다.
언론은 “왜 지금 사퇴 표명을 했나”는 질문을 집요하게 던졌지만 아베 총리는 “국면 타개”라는 말만 7번이나 반복하며 말끝을 흐렸다. 이 때문에 아베 총리의 건강 악화설 등 억측도 나돌고 있다.
■ 정국은 총선 체제로
자민당은 아베 총리의 사퇴 표명이후 긴급회의를 열어 19일 총재 선거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새로운 총재가 선출되면 곧바로 중의원을 해산해 총선을 통해 정치적 판단을 받겠다는 전략이다. ‘포스트 아베’의 대표 주자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간사장이다. 지난번 총재선거에서도 출마한 아소 간사장은 아베 총리가 가장 의지하는 측근이다.
아소 간사장은 참의원 선거 참패 당일 아베 총리를 찾아가 ‘정권 유지’를 지지하는 등 아베 총리를 전폭적으로 지원해 왔다. 아소 간사장은 자민당 총재선거 일정이 정해지자 마자 출마 의사를 곧바로 밝혔다.
그러나 변수는 많다. 소수 파벌 대표인 아소 간사장이 최대 파벌인 모리파의 지원을 받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관방장관의 가능성도 적지 않다.
모리파 대표인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총리와 나카가와 히데나오(中川秀直) 전 간사장 등은 참의원 선거 직후 모여 ‘후쿠다 후계 체제’를 결정, 아베 총리를 압박했으나 거부당했다. 이밖에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楨一)전 재무성장관 등이 포스트 아베 후보로 거명되고 있다.
■ 정권 교체 꿈에 부푼 야당
민주당 등 야당은 갑작스런 아베 총리의 사퇴 표명으로 당황해하면서도 정권 교체의 꿈에 부풀어 있다. 특히 민주당은 즉각적인 선거체제로 돌입하면서 총선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의원 해산에 이은 총선거가 실시될 경우 야당의 승리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참의원 선거 전 20~30%로 떨어진 아베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개각 후 반짝 반등했지만 다시 하락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새 내각 각료들의 불상사가 다시 드러나고, 연금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도 해소되지 않아 자민당이 또 다시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관계자는 “현재 까지는 오자와 대표의 그림대로 정국이 진행되고 있다”며 “확실한 정권 교체를 위해 방심하지 않고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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