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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중 지지 잃고 물러난 아베 일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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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중 지지 잃고 물러난 아베 일 총리

입력
2007.09.13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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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참의원 선거 이후 거듭된 퇴진 압력에도 버텨 온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2일 끝내 사임했다. 지난해 9월 26일 취임했으니 1년도 채우지 못한 단명 총리의 한 사람이 됐다. 취임 당시만 해도 지지율이 70%에 달했던 그가 정치적 구심력을 완전히 잃은 '식물 총리'가 되어 물러나게 된 과정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사임의 직접적 계기는 한시법인 '테러대책 특별조치법'의 연장이 야당의 반대로 불가능해진 국회 상황이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작전 중인 미군 등 다국적군에 대해 해상자위대가 급유 지원을 하도록 한 이 법의 시한이 11월 1일이어서, 그 전에 국회가 연장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해상자위대 병력을 철수시켜야 한다.

참의원 선거 참패로 연립여당의 참의원 의석이 과반수에 미달한 데다 선거 승리로 기세가 오른 민주당의 반대 의사가 워낙 단호해서 시한 내 법안 통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내각 총사퇴' 배수진을 치고 야당 설득에 나섰지만 소용이 없었다. 강력한 야당의 출현이라는 정치변화를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그가 정치적 구심력을 잃은 근본적 이유는 국민들의 불신이다. 아무리 참의원에서 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노련한 싸움꾼인 오자와 이치로 대표가 민주당을 이끌어도 국민의 지지만 있었다면 야당을 압박해 협력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각료들의 크고 작은 비리에 시달리며 이내 인사ㆍ관리 능력에 물음표가 찍혔다. 그것이 선거 참패의 한 요인이 됐지만, 공들여 출범한 새 내각에서도 각료들의 비리 의혹은 끊이지 않았다.

이제는 정치자금의 지출 내역까지 철저히 따지는 야당과 언론의 감시망에 과거 관행에 젖은 각료들이 잇따라 걸려들었다. 국민적 불신은 그의 지지율을 30%선으로 끌어내렸다.

취임 직후 한국과 중국 두 나라를 가장 먼저 방문, 고이즈미 전 총리 시절의 불화를 해소하는 등의 실적은 빛이 바랬다. 그는 "대중의 지지를 받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라는 사임의 변을 남겼다. 믿음을 주지 못하는 권력은 이미 권력이 아니라는 말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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