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사무실 압수수색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대상이 청와대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금까지 신정아씨의 자택과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변 전 실장의 낙마를 이끌어낸 이메일 내용을 확보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변 전 실장쪽에 대한 압수수색은 거의 이뤄지지 않아 ‘반쪽 짜리’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검찰도 이 같은 점 등을 고려해 변 전 실장의 과천 자택과 임시 거주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사생활 침해 가능성’ 등을 이유로 기각했다. 사무실 압수수색의 필요성이 더욱 커진 셈이다.
문제는 그의 사무실이 청와대에 있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단 한 차례도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을 당한 적이 없다. 검찰로서도 최고 권부이자 검찰 인사 책임자가 있는 청와대를 뒤지기란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청와대 압수수색은 그 자체로 정권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상징성이 있는 곳인데다 좋지 않은 선례가 될 수도 있다.
상징성 이외의 문제도 있다. 변 전 실장은 청와대 참모진 중 2인자였다. 각 정부 부처에서 추진 중인 정책 관련 서류들이나 공개되어서는 안 될 국가기밀 등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구본민 서울서부지검 차장검사도 “(컴퓨터 등에) 국가기밀 등이 보관돼 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 강제로 가져올 수는 없지 않나”라고 말해 고민이 적지 않음을 내비쳤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이 청와대에 자료 협조를 요청하고 청와대가 이를 수용하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검찰이 컴퓨터에 보관된 이메일 내역 및 내용등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면 청와대가 기밀 등을 걸러낸 뒤 검찰에 건넬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최근 월간지 신동아의 컴퓨터 서버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사실상 양측의 합의에 의한 자료 제출로 마무리된 경우에서 보듯 드문 사례도 아니다.
그러나 이 경우 청와대가 과연 얼마나 많은 자료를 내놓을 것이며, 이를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을 것인지의 문제가 또 다시 제기될 수 있어 이래 저래 검찰은 골머리를 앓을 전망이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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