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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가구 제작 소목장 박영배씨, 두번째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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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가구 제작 소목장 박영배씨, 두번째 개인전

입력
2007.09.1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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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라도 소목장의 사명감을 갖고 잊혀져 가는 전통문화를 이어가야겠다는 생각이었죠. 이젠 이쪽 분야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 보람과 긍지를 느낍니다.”

청와대 안방 가구를 만든 것으로 유명한 전통 소목장 박영배(57ㆍ사진)씨의 생애 두 번째 개인전 ‘살아있는 전통’이 서울 종로구 소격동 예나르에서 열리고 있다. 전통적인 경기지역 가구의 단아함에 서양 가구의 정교한 제작법을 결합한 그의 목가구는 절제를 으뜸으로 여긴 조선 선비의 정신을 오롯이 담고 있으면서도 현대적인 미와 기능성을 겸비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한 점 한 점이 전 세계에 단 하나뿐인 그의 작품들은 청와대 안방을 비롯해 로마 교황청박물관 한국관, 스웨덴 오스트리아 미국 독일 일본 등지의 한국문화원에 둥지를 튼 채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외교사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초등학교 졸업 후 기술을 배우라는 부모님의 권유로 서울에 올라온 박씨는 최회권 당시 서라벌예대(현 중앙대) 미대 교수가 운영하는 미술연구소에서 최 교수와 그의 제자들의 심부름을 하며 목공예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스케치나 데생 같은 미대 교육과정을 자연스럽게 익힌 그는 전통소목장 허기행씨로부터 목가구 짜는 법을 배워 1980년 공방을 차렸다.

“40년간 전통공예를 해왔다는 건 적성에 맞았다는 얘기고, 그건 곧 소질이 있다는 얘기겠죠. 정말 밤을 새서 일을 해도 힘든 줄을 몰랐어요. 그런데 머리 속에 든 게 없어요. 그래서 최순우 당시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찾아가 지도를 받았습니다. 수많은 유물들을 접하면서 우리 전통가구가 건축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는 것, 좌우대칭과 면 분할의 비례미가 특징이라는 것 등을 배웠지요.”

박씨의 가구들은 제작기간이 보통 5년이 넘는다. 목가구는 나무의 종류와 상태에 따라 색상과 무늬가 결정되므로 가구에 맞는 나무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게 전국을 돌아다니며 마음에 드는 목재를 찾아 제재한 후 자연건조 통풍법으로 말리는 데 3~5년, 다시 실내로 옮겨 실내 적응과정을 거치는 데 2~5년이 걸린다.

가격은 그래서 비싼 편이다. 작은 개다리밥상(구족반ㆍ狗足盤) 하나가 320만원이고, 박달나무로 만든 호피무늬의 문갑탁자는 2,800만원에 달한다. 박씨가 특히 아끼던 안방 가구용 삼층장은 4,000만원의 고가에도 전시 시작과 함께 팔려나갔다.

“10년씩 품고 있던 작품들을 시집 보내고 나면 마음이 섭섭시원한데,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그 가구를 사간 사람이 재벌이나 거부가 아니라 진짜 그 작품을 좋아해 큰 맘 먹고 사간 월급쟁이였다는 겁니다. 좋아해서 가져갔으니 마음이 놓이지요.”

전시는 16일까지 열린다.

글ㆍ사진=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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