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를 표명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유력 정치가문에서 성장한 대표적인 보수 강경파 인물이다. 아베 총리의 외할아버지는 태평양 전쟁 당시 A급 전범으로 투옥된 기시 노부스케(岸信介ㆍ1987년 사망) 전 총리. 아버지는 아베 신타로(安倍晉太郞ㆍ1991년 사망) 전 외무상 장관으로, 아베는 가문의 후광 아래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총리 직까지 올랐다.
아베는 1982년 아버지의 비서관으로 정치에 입문, 93년 자민당에서 중의원으로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정치인생을 시작했다. 이후 자민당 원내총무, 간사장 대리 및 관방장관을 역임하며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아베는 단지 유력 정치가문의 후손 자리에 머물지 않았다. 그가 대표적인 보수 강경파 인물로 떠오른 건 ‘북한 때리기’에 앞장서면서부터. 아베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2002년 9월 첫 북한 방문시 동행, 북한에 일본인 납치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일약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대북 강경 발언을 거듭하며 국민들의 지지를 얻었고 지난해 9월 고이즈미 전 총리의 뒤를 이어 총리 직에 올랐다.
그러나 지난해 취임한 지 얼마되지 않아 그의 정치적 불행은 시작됐다. 잇달아 터진 각료들의 정치자금 문제가 그의 입지를 흔들어 놓았다.
취임 4개월째인 지난해 12월 정치자금 부정처리 문제로 사다 겐이치로(佐田玄一郞) 행정개혁담당 장관이 사퇴했고 올해 5월에도 사무실 경비 허위신고 등의 문제로 마쓰오카 도시카쓰(松岡利勝) 농수산장관이 자살했다. 그를 이은 아카기 노리히코(赤城德彦) 농수산장관 역시 정치자금 유용혐의로 경질되는 등 각료들의 잇단 정치자금 문제로 국민의 신뢰를 잃으며 아베 총리는 사실상 레임덕을 겪어왔다.
7ㆍ29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 역사상 최악의 참패를 기록한 후 사퇴 압력이 더욱 거세져 급기야 ‘식물 총리’라는 비난까지 받았다. 그러나 아베는 사퇴 요구를 거부하고 당정 개편을 통해 재기를 노렸으나 2기 내각 출범 일주일 만에 농수산 장관 부정 퇴임의 비극을 맞으면 최악의 상황에 몰렸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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