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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 우려/ 지방 아파트 미분양 속출…부동산 PF대출 70兆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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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 우려/ 지방 아파트 미분양 속출…부동산 PF대출 70兆 '빨간불'

입력
2007.09.1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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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건설사들의 줄도산 공포가 확산되면서 70조원이 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금융 불안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직은 크게 염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 정책 당국의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PF발(發) ‘한국판 서브 프라임’ 사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극단적인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11일 금융계에 따르면 9월 현재 금융권이 취급한 부동산 PF대출 규모는 70조원에 육박한다. 권역별로는 은행권 32조원, 저축은행 12조원, 보험권 4조원 가량이다. 나머지 22조원은 PF대출을 기초자산으로 자산유동화증권(ABS)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등으로 유동화돼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PF 대출이란 건설 시행사가 미래현금흐름(분양대금)을 담보로 토지 매입 자금이나 건설 자금 등을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는 것. 분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자금 회수를 못하게 되면 대출금 상환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PF 대출의 부실 우려가 높은 것도 최근 지방 아파트 미분양 속출로 건설회사들이 부도 위기를 맞고 있는 탓이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PF 대출은 부실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대출심사 능력이 은행에 비해 떨어질 뿐 아니라, 통상 인허가 등 사업조건이 갖춰져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기 전 ‘브릿지론’ 형태로 대출을 해주기 때문에 그 만큼 연체나 부도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 2005년말 9.0% 수준이었던 저축은행 PF대출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에는 10.3%로 높아졌고, 최근에는 평균 13%대까지 치솟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부동산 PF를 중심으로 한 주택금융의 위험이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아직까지 금융기관들이 손실을 입은 것은 없지만 2,3금융권의 부실화 문제는 경계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해말 이후 금융감독당국이 저축은행 PF 대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 PF가 전체 여신의 30% 이상 넘지 못하도록 창구지도를 함에 따라 증가세가 잦아들었다는 점이다. 저축은행 PF 대출 규모 잔액은 3월말 12조5,000억원을 정점으로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인 것으로 보인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이미 PF대출을 상당 부분 줄여왔기 때문에 일부 지방 중소 저축은행을 제외하고는 타격이 심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PF 대출 잔액은 32조원에 육박하지만, 상대적으로 2금융권에 비해서는 부실 위험이 높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 평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사업성 검토를 전문평가기관을 통해 철저히 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위험 요인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설경기침체와 지방 아파트 미분양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은행권 역시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무엇보다 위기의 진원지로 지목되는 것은 유동화 물량이다. 상법에 따라 발행된 유동화 물량은 규모가 얼마인지도 제대로 파악하기 쉽지 않아 감독당국의 감시망에서도 비껴있기 때문이다.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지난 10일 “부동산 PF와 관련해 유동화한 부분이 있는데 그 규모가 얼마인지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파악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신용도가 낮은 시행사들이 유동화 목적으로 일시적으로 PF대출을 받아 이를 기초자산으로 유동화전문회사(SPC)를 통해 발행한 ABCP의 경우, 발행회사의 신용등급이 대부분 투자적격의 최하위인 ‘BBB-’여서 부동산 경기 변동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발행 업체들이 위기를 맞으면 신용보강을 해준 은행 등 역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 금융회사가 부동산 개발 사업의 사업상과 미래 발생 수익 등을 담보로 개발업체에 자금을 빌려주는 것.

■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 유동화전문회사(SPC)가 매출채권, 대출채권 등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기업어음. 회사채가 아닌 기업어음이라는 점이 자산유동화증권(ABS)과의 차이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이진희기자 river@hk.co.kr

■ 지방건설사 연말 연쇄부도 '괴담'

지방 건설업체와 중견건설업체들은 지금 생사의 갈림길에 서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 물량이 외환위기 이후 최다를 기록하고, 견실한 건설업체들까지 하나 둘 쓰러지며 재무구조가 열악한 지방 건설사들은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연말을 기점으로 건설업체의 연쇄부도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정부의 부동산시장 규제정책이 본격화된 지난 1년간 7개 중견 건설업체가 도산했다. 지난해 12월 세창을 시작으로 비콘건설, 삼익, 한승종합건설, 신일, 세종에 이어 11일에는 전북기업으로 ‘미소드림’이라는 브랜드로 사업을 해온 동도건설이 부도처리됐다. 광주지역의 유력 건설업체인 대주건설도 시행사의 부도로 자금압박을 받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부도가 난 일반건설업체는 36개사에 달한다.

부도의 대부분은 PF로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일어난 것이었다. 금융권으로부터 차입한 돈으로 사업을 꾸려가는 지방 건설업체들은 미분양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돈줄’이 말랐고, 결국 자금난으로 이어져 도산에 이르게 됐다.

문제는 위기가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다. 중견건설사가 부도로 쓰러지자 금융권이 대출규모를 대폭 축소, 자금난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실제 주요 은행들은 최근 들어 지방 건설사들에 대한 대출을 사실상 중단하고 자금회수에 나섰다. 여기에 지방건설사들의 전주(錢主)역할을 해온 저축은행들도 대출중단 대열에 합류해 지방 건설사들은 고사 위기에 처했다. 저축은행이 건설업체에 PF로 빌려준 규모는 12조원에 이른다. 만약 자금경색 문제가 한꺼번에 터질 경우 지방업체들의 줄도산은 불보듯 뻔 하다.

대구 건설업체 D사의 김모 사장은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사채시장에까지 뛰어들고 있는 실정”이라며 “ 미분양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지방 건설업체들은 올 연말을 넘기기 힘들다”고 전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 금감원 긴급대책

부동산 PF로 인한 금융계와 건설업계의 동반 부실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해법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궁극적으론 금융권의 철저한 심사기능 회복과 건설사들의 차입자제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건국대 조주현 부동산대학원장은 "금융사 건설사 등 PF 참여회사들에 대한 안전장치가 없는 것이 문제"라며 "이런 PF관계사들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고 PF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함께 금융사들의 감독기능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민형 연구위원은 "정부가 추가 금리인상이 없을 것이란 시그널만 주더라도 금융계 PF 부실 및 건설사 유동성 논란은 어느 정도 가라앉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일각에서는 대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데 이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 득실을 심각히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PF 대출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A건설 관계자는 "건설사 신용을 기준으로 PF를 해주는 현 체제에선 대형사에 비해 신용도가 낮은 중견ㆍ중소건설사들은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에서 PF를 받아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결국 유동성 위기에 노출될 가능성만 그만큼 높아진 셈"이라며 "부동산 PF가 본래 취지대로 사업 자체를 담보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 스스로의 자구 노력도 필요하다. 김민형 연구위원은 "중견ㆍ중소업체들은 사업확장보다는 우선 다급해진 유동성 관리에 중점을 둬야 할 것"이라며 "안정된 경영 기반을 닦은 후에는 경기에 따라 부침이 큰 주택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공공공사와 해외 비중을 늘리는 등 사업을 다각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와이플래닝 황용천 대표는 "수익성 저하와 현금흐름 둔화에 대비해 고정 자산의 현금화를 통한 유동성 확보도 미리 검토,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PF 부실 논란이 거세지자 정부도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PF 여신에 대한 심사와 사후 관리, 금융사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장기적으로 시공사의 연대보증 관행을 축소키로 했다. 아울러 개발 프로젝트의 사업성과 현금흐름에 기초한 순수 유동화 방식으로 부동산 PF 구조를 개선키로 했다.

<저작권자>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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