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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 새 길을 찾는다] 2부 <4> 한국의 섬이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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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 새 길을 찾는다] 2부 <4> 한국의 섬이 통한다

입력
2007.09.1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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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전남 신안군 증도에 멀리 이탈리아에서 귀한 손님들이 찾아왔다. '슬로시티(Slow City)' 국제연맹의 로베르토 안젤루치 회장과 이 운동의 창시자인 파올로 사투르니니 전 회장 등 슬로시티 인증 실사단이 방문했다.

신안군과 완도군, 장흥군, 담양군 등 전남의 4개 군을 대상으로 슬로시티 가입 자격을 심사하기 위해서다. 빨리빨리는 인간 파괴 바이러스라며 전통과 자연을 최대한 보존하며 느리게 사는 삶의 맛을 일깨우겠다는 게 슬로시티 운동의 슬로건. 이 운동의 핵심 멤버들에게 증도의 살아있는 갯벌과 근대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은 거대한 염전은 충격적이었다.

안젤로치 회장은 "증도는 가는 데마다 흥미롭고 신기하다. 농업, 어업, 소규모의 수공업 등이 잘 보존되고 자연과 조화된 훌륭한 섬으로 주민들도 친절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초롱초롱한 은하수를 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는 그는 "말로만 듣던 염전에 나가 소금을 끌어 모으고, 수차를 돌려 본 경험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동안 척박한 삶의 공간으로만 치부됐던 우리의 섬들이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부각되고 있다. 쓸모없는 땅이라고 여겨졌던 갯벌은 세계적인 희귀성으로 각광을 받게 됐고, 힘든 노동의 공간이었던 염전도 이젠 독특한 체험공간으로 새로운 관광지가 되고 있다.

전남 신안의 증도는 보잘 것 없던 작은 섬이 어떻게 훌륭한 관광지로 태어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짱뚱어 뛰노는 청정갯벌과 길이 4km에 달하는 우전해수욕장을 갖추었지만 관광지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증도는 지난해 문화관광부가 추진중인 남해안 관광벨트의 민자유치 첫 사례인 고급휴양시설 엘도라도 리조트가 들어오면서 달라졌다.

섬에 가장 절실했던 기본적인 관광인프라인 숙박의 문제가 풀린 것이다. 단일 염전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태평염전(140만평)에는 국내 최초의 소금박물관이 들어서 허름한 염전 자체가 훌륭한 관광자원으로 거듭났다.

엘도라도 리조트와 갯벌생태전시관이 들어선 갯벌휴양타운에는 개장 6개월만에 5만 여명이 다녀갔고, 올 8월 열린 섬갯벌올림픽 축제 때는 불과 2,000명이 사는 작은 섬에 3일간 10만여 명이 다녀갔다.

서울에서 가족들과 함께 2박3일 일정으로 이곳을 방문했던 정해선(51)씨는 "하루 두시간이면 섬 전체를 다 볼 수 있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며 "관광, 체험, 자연, 먹거리 등 모든 것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지역발전의 전략 일환으로 섬 개발에 '올인'을 선언했다. 도는 전남 1,965개의 섬의 관광자원화를 의미하는 이른바 갤럭시 아일랜즈 프로젝트를 마련, 구체적인 섬 관광프로그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남도 양복완 경제과학국장은 "중국인들은 자국내 섬들이 없어 섬 관광을 최고 관광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섬들이 제대로 개발만 되면 10억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관광지가 될 것"이라고 자부했다.

1969년 무안군에서 분리된 신안군은 섬으로만 이루어진 자치단체다. 전국 3,000여 개의 섬 가운데 신안군의 섬은 1,004개. 가히 섬의 왕국이다.

도는 신안군 지도에 전세계에서 다양한 동물을 옮겨다 그들만의 생태계가 어떻게 유지되는 지를 관찰하는 '동물의 섬'을 만들고, 말목도는 '다이어트 섬', 자은도는 '휴식의 섬', 안좌도는 '골프의 섬', 비금도는 '해양레저의 섬', 도초도는 '젊음의 섬', 팔금도는 '교류의 섬' 등으로 테마화 해 30여 개 섬을 해양관광지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8월 초에 중국인 여행사 관계자들 39명이 증도를 방문, 섬의 관광상품화에 대해 큰 기대를 걸고 돌아갔다. 이들을 직접 안내했던 남상율 증도 면장은 "중국인들이 섬을 돌아보고 염전체험을 하고 난 후 '너무 아름답다, 음식도 좋고 체험 거리도 많아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흡족해한 후 '한국의 섬에 투자할 투자가를 모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신안에 테마관광도시를 추진중인 있는 신안월드 김은식(43) 사장은 "해양레저를 좋아하는 유럽이나 미국 등지의 외국인들에게 사시사철 바다를 즐길 수 있는 신안의 섬들은 매력적인 관광지가 될 수 있다"며 "이들이 찾아와 보고 먹고 잘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게 우리의 임무"라고 말했다.

신안=박경우 기자 gwpark@hk.co.kr

■ 경남 남해군 농어촌 체험마을 인기

경남 남해군 삼동면과 창선면 사이의 지족해협. 10m 가량 길이의 참나무 막대기 300여 개가 바다에 'V'자로 빼곡히 박혀 있는 곳에서 어민들이 뜰채로 멸치를 건져 올리자 이를 지켜보던 50여 명의 관람객들이 탄성을 연발한다.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해 고기를 잡는 전통 원시어업인 죽방렴(竹防簾)이다. 죽방렴에서는 하루 2,3번 그곳에 갇힌 물고기를 뜰채로 건져낸다.

그물로 잡은 물고기에 비해 상처가 없어 이곳에서 특히 많이 잡히는 '죽방렴 멸치'는 일반 멸치 가격의 10배에 달하기도 한다. 군은 이곳에 길이 100m의 관람대를 설치해 관광객들이 죽방렴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죽방렴뿐이 아니다. 빼어난 자연경관을 가진 남해도는 홰바리, 개매기, 갓후리, 해라우지 등 바다를 독특하게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체험관광지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창선면 신흥리에서는 썰물 때 관광객들이 횃불을 들고 갯벌로 나가 낙지, 게 등을 잡는 전통 어로방식인 '홰바리'를 체험할 수 있는 '밤하늘 횃불따라 갯벌잔치 한마당'을, 상주면 두모리 드므개마을에서는 바닷가에 그물을 쳐 밀물 때 들어온 고기를 썰물 때 맨손으로 잡는 전통어법인 '개매기' 체험축제를 즐길 수 있다.

미조면 송정마을은 바다에 쳐 놓은 'U'자 모양의 그물을 수십명이 양쪽으로 갈라서 그물을 당겨 고기를 잡는 '갓후리' 체험을 마련했고, 남면 홍현마을에서는 바다에 돌을 둥근모양으로 쌓아 숭어가 들어오면 썰물 때 맨손으로 잡는 원시어업인 '해라우지' 체험을 할 수 있는 등 마을별로 독특한 체험프로그램들이 즐비하다.

하영제 남해군수는 "남해는 경남지역 20개 시ㆍ군중 가장 많은 12곳의 전통 농어촌체험마을을 운영, 지난해 33만1,000여명의 관광객이 찾아 14억여원의 소득을 올렸다"면서"아름다운 자연을 바탕으로 마을별로 특색있는 체험프로그램을 선보인 것이 성공의 비결이 됐다"고 말했다.

남해=이동렬 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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