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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난성 룽먼석굴, 절경에 시간 잊고 웅장함에 혼을 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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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난성 룽먼석굴, 절경에 시간 잊고 웅장함에 혼을 놓다

입력
2007.09.1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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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벌집을 세워놓았나. 붉은 빛 감도는 바위 산 전체에 숭숭 구멍이 뚫렸다. 중국 허난성(河南省)에 있는 룽먼석굴(龍門石窟)이다. 400여년에 걸쳐 산 전체에 2,345개의 석굴과 11만여개의 불상이 새겨졌다. 석굴과 불상을 만들어 놓은 솜씨는 조각예술의 정점이다. 석굴과 주변 경관이 어울려 중화민족의 발원지라는 허난성의 진면목을 여실히 보여 준다.

룽먼석굴은 뤄양(洛陽) 남쪽 13km 지점에 있다. 석굴이 있는 이췌산[伊闕山]은 이하강을 사이에 두고 서산(西山)과 동산(東山)으로 갈라진다. 입구에서 석굴 쪽을 바라보면 서산과 동산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와 이하강이 흐르는 모습이 마치 하나의 문처럼 생겼다. 수나라 때부터 이를 ‘용문(龍門)’으로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다리 밑을 지나 서산(西山)에 들어서면 석회암 암벽에 크고 작은 수많은 동굴이 뚫려있다. 또 각각의 동굴 안에는 엄청난 수의 불상을 새겨 놓았다. 이 대역사(大役事)가 시작된 것은 북위 효문제가 493년 뤄양으로 수도를 옮겨온 후다.

공사는 수(隋)·당(唐)으로 이어졌고 송(宋)나라에서 마쳤지만, 주요 부분들은 5세기 말에서 7세기 말에 이르는 불교미술의 전성기에 만들어졌다. 석굴의 약 30%는 북위시대에, 60% 정도는 당나라 때에 조각됐다.

2cm가량의 작은 불상부터 10m가 훨씬 넘는 불상에 이르기까지 제각기 섬세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모두 3개가 있는 ‘빈양동’ 등을 보며 우아한 멋에 빠져 30여분 정도 걷다 보면 웅장한 규모에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는 봉선사동에 이른다. 서산의 중앙에 있는 봉선사의 구조는 부처 하나, 제자 둘, 보살 둘, 천왕 둘 등 10m가 넘는 거대한 불상 9개로 이루어져 있다.

9개의 불상 가운데 특히 빛나는 것은 역시 주불인 ‘노사나대불(盧舍那大佛)’이다. 높이 17m, 머리 4m, 귀가 1.9m인 대불은 은은하고 자애로운 미소를 짓고 있다. 얼굴은 동그랗고 눈은 아래를 내려다봐 대불을 만나러 온 관광객들을 굽어 살피는 듯하다.

이 불상의 공사를 언제 시작했는지 자세한 역사기록은 없지만 당나라 측천무후가 공사를 열성적으로 지원해 675년 완공됐다. 이 때문에 대불이 중국 유일의 여황제 측천무후의 모습을 모델로 조각됐다는 설도 있다.

룽먼석굴에서 아쉬운 것은 곳곳에서 많은 불상들의 목이 잘려나갔다는 것이다. 도굴꾼들에 의해 해외로 팔려 나간 것도 있고, 마오쩌둥(毛澤東)의 문화혁명 시기에 훼손된 것도 있다. 인간의 욕심이 최고 경지의 예술에 큰 흠집을 내고 말았다.

강 건너 동산(東山)에는 숲이 우거져 있는데, 숲속에 있는 당나라 시인 백거이의 무덤 ‘백원’과 그가 18년간 살았다는 ‘향산사’가 고즈넉하다. 동산을 걸으면서 강 건너 서산의 거대한 봉선사동과 크고 작은 석굴들을 조망하는 것도 운치 있다.

룽먼석굴 인근에 빼놓을 수 없는 절경이 또 하나 있다. 미국에 그랜드캐년이 있다면 중국엔 운대산(雲台山)이 있다. 총면적 55㎢의 방대한 넓이에 아름다운 봉우리가 36개에 달한다. 입장료 150원을 내고 입구에 들어서면 무료로 운행하는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워낙 넓은 공원이다 보니 거의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버스를 이용한다.

운대산에서도 홍석협(紅石峽)은 가장 아름다운 협곡 중의 하나다. 꼬불꼬불하고 좁은 길이지만 일방통행하는 통로와 다리가 잘 닦여 있어 불편하지 않게 오를 수 있다. 기이한 모양의 암석들 사이로 수많은 폭포가 있고, 좁고 긴 골짜기가 외부 공기와의 흐름을 막아 여름에는 서늘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천폭협(泉瀑峽)에는 낙차 314m로 중국에서 제일 높은 폭포인 운대천폭이 있다. 천폭협은 산세가 거세 물길도 세차다. 여름에 이곳을 찾으면 거대한 폭포에서 시원한 장관을 볼 수 있다.

중국인들은 운대산이 한국에 잘 알려진 장가계(張家界)보다 못할 게 없는 절경이라고 곧잘 말한다. 운대산 공원 곳곳의 산장에서 이곳 특산물인 양고기, 백숙, 숙주나물 등의 요리를 맛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정저우(중국)=성시영기자 sung@hk.co.kr

■ 허난성 "소림무술, 영화가 따로 없네"

누구나 어렸을 적 TV에서 방영되는 소림사 무술영화를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소년이 큰 뜻을 품고 소림사에 들어가 혹독한 스승을 만나 피나는 훈련 끝에 무림을 평정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중국 소림사 주변엔 지금도 이런 열정이 가득하다. 허난성 덩펑(登封)의 숭산(嵩山)에 있는 소림사는 어린 학생들에게 꿈의 무대이다. 소림사로 올라가는 길 주변에 무술학원들이 여러 곳 있어 아침 일찍부터 학생들이 무예를 연마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수천 명의 소년들이 소림사 입성을 목표로 하루 종일 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이와 달리 막상 소림사 경내에 들어서면 무술을 겨루는 모습은 안 보이고 여느 절과 같이 스님들은 조용하고 무술에 대한 호기심에 절을 찾은 객들만이 여기저기를 기웃거릴 뿐이다. 다만 소림사 옆 공연관에서 다양한 무술 공연이 펼쳐지고,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묘기 장면들이 이어진다.

소림사를 거닐어 오르다 보면 입설정(立雪亭)이라는 건물이 나타난다. 소림사 스님들이 특별히 ‘붉은 승복’을 입는 이유에 대한 답이 이 곳에 있다. 사회에서 때가 묻을 대로 묻은 혜가는 도를 닦겠다는 결심을 하고 달마 대사를 만나러 소림사를 찾았다. 하지만 달마 대사는 그를 받아주지 않았다.

혜가는 추운 겨울 눈이 내리는 가운데 뜰에 서서 밤새도록 달마 대사를 기다렸다. 다음날 아침 달마 대사가 밖을 내다보니 하얗게 눈에 덮인 혜가가 서 있었지만 “하늘에서 붉은 눈이 내리지 않는 한 당신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물리쳤다. 이 말씀에 혜가는 자신의 한 팔을 칼로 잘라 붉은 피를 흩날렸고 달마 대사는 마침내 감복해 그를 붙잡아 그의 승복이 빨간 색으로 물들었다. 혜가는 소림사에서 수행을 계속해 후에 달마 대사를 이어 중국 선종의 제2대 조사가 된다.

■ 여행 수첩

■ 허난성의 카이펑(開封)도 중국 7대 고도(古都)의 한 곳으로 둘러 볼 곳이 많다.

■ 춘추전국시대 위(魏), 5대10국의 양(梁) 진(晉) 한(漢) 주(周)와 북송(北宋) 금(金) 등의 왕조가 이곳에 도읍을 정했다.

■ 한때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끌었던 TV드라마 '판관 포청천'의 무대이기도 하다. 시내에 포청천이 근무했던 관청 개봉부를 재현해 놓았다. 또 청명상하원(淸明上河園)은 북송 때 화가 장택단이 묘사한 시내 모습을 기초로 꾸며 놓은 민속촌으로 볼거리가 풍부하다.

■ 대한항공이 3일부터 인천-정저우(鄭州) 노선을 취항해 허난성을 가기 위해 상하이나 베이징 등을 경유하던 불편이 해소됐다.

■ 대한항공은 매주 월·수·금·토요일 운항한다.

■ 인천에서 출발은 오후 2시50분, 정저우 도착은 오후 4시20분(현지시간). 정저우 출발은 오후 5시20분(현지시간), 인천 도착은 오후 8시25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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