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2일 전격적으로 사임을 표명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 중의원 해산 및 총선 국면으로 돌입하는 등 정국이 급박하게 요동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2시 총리 관저에서 “그 동안의 국정 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사임 배경으로 테러대책특별조치법의 연장 문제를 거론하면서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힘든 상황이어서 스스로 결단을 내려 국면을 타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민주당이 인도양 파견 해상자위대에 대한 유류 보급의 근거가 되는 테러대책법 연장에 반대하자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대표에게 영수회담을 제의했으나 거절당했다.
아베 총리는 또 참의원 선거 참패 이후 “개혁을 추진한다는 결의로 개각을 했지만 지금은 강력하게 정권을 운영하는 것이 어렵다”며 “결단을 늦출 경우 국회에서의 혼란이 더 커질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아베 총리는 지난해 9월 26일 집권한 뒤 351일만에 퇴진하는 단명 총리가 됐다. 자민당은 아베 총리의 지시에 따라 이른 시간 안에 새로운 총재를 선출할 방침이어서 정국은 중의원 해산과 총선국면으로 전환하고 있다. 참의원 선거 후 자민당에 대한 낮은 지지율이 회복되지 않고 있어 총선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정권을 차지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자민당의 ‘포스트 아베’ 후보로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간사장을 필두로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관방장관,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楨一) 전 재무성장관이 거론되고 있다.
전후세대로서는 처음으로 일본 총리에 오른 아베 총리는 ‘전후 체제로부터의 탈피’와 ‘아름다운 나라 일본’등을 앞세우며 높은 지지율 속에서 출범했으나 각료들의 잇따른 불상사와 실언, 연금문제 등으로 타격을 받고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했다. 아베 총리는 선거 후 개각을 통해 국면 전환을 시도했으나 새 각료의 정치자금 문제가 재발하는 등 악재가 연발해 사임 압박을 받았다.
민주당 등 야당은 아베 총리의 사퇴 표명에 대해 “무책임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참의원 선거 직후 사임 요구를 무시하고, 국회가 개막된 상황에서 기습 사퇴를 함으로써 정국을 혼란에 빠뜨렸다는 것이다.
야당은 최대한 이른 시기의 중의원 해산을 유도하는 등 공세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과거사와 헌법 개정 문제 등에서 보수ㆍ강경 정책을 이끌어 온 아베 총리의 사퇴로 일본의 외교ㆍ안보 정책이 어떻게 변할지 주목된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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