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최장기 호황국면을 이어온 일본 경제가 갑자기 주춤하고 있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측면도 있어 세계 경제의 복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0일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국내총생산(GDP) 개정치는 일본 경제에 커다란 불안감을 안겨주었다. GDP 개정치가 마이너스로 하향 수정된 것은 3분기 만의 처음으로, 성장 드라이브의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는 꼴이 됐다.
경기 감속의 주요 원인으로는 국내 기업의 설비투자 감소와 수출 증가세의 둔화를 꼽을 수 있다. 기업 설비투자가 비제조업을 중심으로 하락, 플러스에서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일본 경제를 견인해 온 수출도 1ㆍ4분기 3.4% 증가에서 0.8% 증가로 하향 수정됐다.
시장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본의 경기 침체는 일시적인 것으로, 3ㆍ4분기 GDP는 플러스 성장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미타라이 후지오(御手洗富士夫) 니혼게이단렌(日本經團連) 회장은 “경기는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기업 업적은 나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상황이 그렇게 녹록한 것은 아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수출과 소비 측면에서 일본의 실물경제에 주는 충격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이 같은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향후 일본 경제의 변수는 미국 경제다. 미국 경제가 나빠져 일본의 수출에 영향을 준다면 수출증가-생산증가-설비투자증가로 이어지는 일본 경제의 선순환 국면이 역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최근 고용자수가 감소로 전환하는 등 서브프라임 사태가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여기에 달러에 대한 엔고(高) 현상이 굳어져 수출에 부담을 주는 등 일본의 국내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현실화하고 있다.
대기업과 수출 중심으로 경제를 이끌어 온 일본 경제가 소비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출에 타격을 받음으로써 실물경제가 악화할 가능성도 커졌다.
이 같은 우려는 일본의 주식시장과 환율에 직접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 도쿄(東京) 증시는 주초부터 대폭 하락했고, 달러 당 환율은 113엔대로 급상승했다. 더욱이 주식 급락 종목이 수출뿐 아니라 내수 기업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미국경제의 악화에 대한 걱정 때문에 엔고가 진행되고 이것이 다시 주식 매도로 이어지는 악순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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