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 파장으로 미국 경기가 침체 조짐을 보이면서 지난 5년간 고도성장을 이어왔던 세계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세계 경제 둔화 우려는 미국의 최근 ‘고용쇼크’에 이어 10일 발표된 일본의 2분기 성장둔화 및 10년래 최고치에 이른 중국의 인플레이션 상황과 맞물리면서 점차 구체화하고 있다.
일본 내각부는 이날 물가 변동분을 감안한 일본의 올해 2분기(4~6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3%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연율로 환산하면 1.2% 마이너스 성장을 한 셈이다. 일본 GDP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기는 지난해 3분기 이후 3분기 만이다.
예상보다 심각한 일본의 경기둔화는 설비투자의 부진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1분기 3.4% 성장을 기록했던 수출이 2분기 들어 0.8% 성장에 그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장 및 신용경색 등에 따른 미국의 소비둔화가 일본의 자동차 수출 등 수출경기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따라서 향후 미국 경기둔화가 심화할 경우 수출 둔화 경로를 통해 일본의 경기도 만만찮은 부진을 겪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고도성장을 통해 세계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미국 경기, 특히 소비둔화가 심화할 경우 중국의 대미 수출 역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분석한다.
여기에 더해 8월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이 10년래 최고치인 6.5%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중국이 조만간 금리인상에 나선다면 중국경제는 수출둔화에 내수둔화가 겹쳐지는 상황을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경제 부진 심화가 아시아, 유럽에 영향을 미치면서 결국 글로벌 경제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지금까지 전세계 경제는 매년 5% 이상 성장했으나 미국 경제성장률이 2% 미만으로 둔화할 경우, 세계경제는 4.75% 정도로 성장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통신은 “미국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더 심각할 경우 세계 성장률은 3.5% 미만으로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일본, 중국 경기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그동안 ‘독야청청’했던 신흥시장 경기의 급격한 둔화 가능성에 대한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9%로 낮추면서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 등 신흥 국가들은 미국 경제의 경착륙에 스스로 대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뉴욕=장인철 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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